2. 희망은 저항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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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pocmc 작성일17-03-27 23:55 조회7,96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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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이 그 중 일부는 사두개인이요 다른 일부는 바리새인인 줄 알고 공회에서 외쳐 이르되 여러분 형제들아 나는 바리새인이요 또 바리새인의 아들이라 죽은 자의 소망 곧 부활로 말미암아 내가 심문을 받노라" (사도행전 23:6)
신앙한다는 것은 미리 취한 희망 가운데서 십자가에 달린 자의 부활로 말미암아 무너진 그 한계선을 넘어간다는 것을 뜻한다. 만약 이 점을 고려한다면, 이 신앙은 세상 도피와 체념, 책임 회피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 희망 가운데서 영혼은 탄식의 골짜기를 벗어나서 상상 속의 행복한 하늘나라로 날아가지 않으며, 이 땅과 결별하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루드비히 포이에르바하가 말했다시피, 희망은 "우리의 무덤 너머에 있는 하늘의 피안 대신에 우리의 무덤 너머에 있는 이 땅의 피안, 즉 역사적 미래, 인류의 미래를" 지시하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의 부활 안에서 희망이 인식하는 것은 하늘의 영원이 아니라 그의 십자가가 서 있는 이 땅의 미래이다. 그리스도 안에서 희망은 그가 죽기까지 사랑한 바로 그 인류의 미래를 인식한다. 그러므로 인류에게 십자가는 이 땅의 희망이다. 그러므로 이 희망은 몸으로 순종하기 위해 투쟁한다. 왜냐하면 희망은 몸의 부활을 기다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희망은 파괴된 땅과 고통을 당하는 인간들을 온유하게 받아들인다. 왜냐하면 인류에게 땅의 나라가 약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거꾸로 말한다면, 이것은 이처럼 희망하는 자는 이 땅의 율법과 강요뿐만 아니라 죽음의 불가피성과 계속적으로 악을 파생시키는 세력과 도저히 화해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희망하는 자에게 그리스도의 부활은 시련을 당하고 죽어야 하는 생명에게 주어진 위로일 뿐만 아니라, 고통과 죽음, 억압과 굴종, 악의 사악함에 맞서는 하나님의 저항이기도 한다. 희망하는 자에게 그리스도는 단지 고난 가운데서 누리는 위안일 뿐만 아니라 고난에 맞서는 하나님의 약속의 저항이기도 하다. 바울이 죽음을 "마지막 원수"라고 일컬었다면(고전 15:26), 거꾸로 부활한 그리스도와 부활의 희망은 죽음의 원수요, 죽음과 함께 사는 세상의 원수라고 선언되어야 마땅하다. 신앙은 바로 이러한 갈등 안으로 들어가며, 그래서 그 스스로 죽음의 세상에 맞서는 저항이 된다.
그러므로 신앙이 언제나 희망으로 전개되는 곳이라면, 그 곳에서 신앙은 평안하게 만들기보다는 불안하게 만들며, 참을 수 있게 만들기보다는 참을 수 없게 만든다. 신앙은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기보다는 인간 속에서 스스로 불안한 마음이 된다. 그리스도를 바라보는 자는 더 이상 주어진 현실을 참아내지 못하며, 그 현실 때문에 고통을 당하고 그것에 저항하기 시작한다. 하나님과의 평화는 세상과의 불화를 의미한다. 왜냐하면 약속된 미래의 가시가 성취되지 못한 현재의 살 속으로 가차 없이 파고들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보이는 것만을 바라본다면, 유쾌하든 불쾌하든 지금 존재하고 있는 현실에 만족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꺼질 수 없는 희망 때문에 우리는 우리와 현실 사이에 행복한 조화가 전혀 없다는 사실에 만족할 수 없다. 희망은 인간으로 하여금 하나님의 모든 약속이 위대하게 성취될 그날까지 만족할 수 없게 한다. 희망은 인간을 나그네의 상태 속에 두며, 그로 하여금 세계를 향해 열려 있게 한다.
이 세계는 그리스도의 부활 안에서 하나님의 약속으로 말미암아 열려 있기 때문에, 세계 개방성은 바로 이 하나님의 성취를 통하지 않고서는 달리 극복될 수 없다. 이 희망으로 말미암아 교회는 스스로 "영원한 도시"로 굳어지려는 인간 사회 안에서 끝없이 불안하게 된다. 이 희망으로 말미암아 교회는 장차 올 약속된 미래의 빛 안에서 공의와 자유, 인간성을 실현하도록 새로운 자극을 주는 원천이 된다. 이 교회는 자신 속에 있는 "소망에 관한 이유를 묻는 자에게 대답할 책임"(벧전 3:15)을 지니고 있다. 이 교회는 "죽은 사람들이 부활할 것이라는 소망 때문에"(행 23:6) 심문을 받는다. 이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교회는 항상 자신의 진리를 대변하며, 그리스도의 미래의 증인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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