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맨발의 성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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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pocmc 작성일16-10-18 10:33 조회5,95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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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아십니까?
당신은 들어보셨습니까?
한국의 맨발의 성자에 대하여
섬진강 굽이굽이 맨발로 걸으며
눈 덮인 지리산 마루에 서서
그리스도의 십자가
보혈의 사랑이 밀려와
‘아 십자가 아 십자가 갈보리 십자가는 저를 위함이요’
감격하여 십자가의 노래 부르며
흐느껴 통곡하던 님
지리산 우거진 솔밭
갈대밭 속에 한번 엎드리면
꿈쩍도 않고 일어날 줄 몰라
까마귀도 송장인줄 알고
곁에 와서 까악까악 울다
그대로 움직이지 않으니
부리로 쿡쿡 찍을 때까지
잔등에 흰 서리 덮이고
수염엔 고드름 달린 채
밤새워 목숨 걸고
헐벗은 겨레와 민족의
장래를 위해 기도하던 님
한 마리 잃은 양을 찾기 위해
거지같은 헌 옷에
맨발로 걸식 탁발하며
‘주님 가신 길이라면 태산준령 험치
않소 방울방울 땀 방울만 보고 따라
가오리다’
노래하며 30리 50리 산길
지치는 줄 모르고 걸어간
거룩한 거지 전도인
눈 오는 밤이면
배고프고 헐벗은 겨레의
가련한 얼굴들 자꾸 떠올라
조끼도 없이
맨 저고리에 엷은 바지 입고
불도 때지 않은 방에서
요도 없이 앉아
추위에 떨며
주린 사람들 찾아 돌봐주던
따뜻한 사랑의 사도
더럽고 냄새나는 거지굴 속에
칠성판을 깔고 누워서
거지들과 함께 어울려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누던 님
길가의 들꽃처럼
이름 없이 살다가
사진 한 장 쓸만한 것 남기지 않고
마지막엔
'내가 죽거든 관을 쓰지 말고
거적대기에 싸서
평토장을 해 달라' 고
유언 한 마디 남기고는
하늘로 훌쩍 올라가 버린 님
아, 오늘 같은
영혼의 깊은 밤중엔
맨발의 성자 이현필 선생님
사무치게 그리워집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님과 같은 이는
볼 수 없어
거슬러 거슬러
영혼으로
님을 찾아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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