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결심과 띠와 바람과 눈물과, 서산에는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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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pocmc 작성일17-07-09 00:18 조회5,87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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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과 띠와 바람과 눈물과, 서산에는 해
영숙아, 영숙아, 1년밖에 못 살고 갈 게 어째서 태어났더란 말인가. 동그란 머리통, 동그란 눈, 동그란 귀, 동그란 입, 동그란 코. 원圓 다섯이면 그려놓을 수 있는 네 형상이 내 눈에는 그대로 살아 있구나.
거위 발 같이 꼬물거리는 그 손가락. 지금도 내 가슴에서 꼬물꼬물하고 있구나. 네 혼은 하나님의 따스한 품 안에서 재롱을 부리며 자라리라만, 그리도 곱던 네 몸뚱이는, 아, 원통하게도 흙 속에서 썩는단 말인가.
*
주여, 글쎄 이를 어찌하나요. 마음을 결심의 띠로 꽁꽁 묶어 주님의 제단에 바치고 정성스레 들어올리노라면, 어느덧 묶였던 띠가 끊어지고 모았던 마음이 산산이 풀어져, 이 바람 저 바람에 날리고 마니 글쎄 이를 어떻게 하면 좋습니다. 얼마 후에는 또 흩어진 마음을 집어 모으느라고 눈믈을 짜면서 애를 박박 쓰곤 하니, 주님의 제단에 한 번도 알뜰한 제물을 바쳐 보지는 못하고, 밤낮이 노릇만 하다가 서산에 해가 떨어져 버리고 말면 어찌합니까.
주님이시여.
배경 : 먼저 하늘로 간 딸애를 그리워하면서도 주님께로 나아가려 하나, 뜻처럼 마음이 움직이지 않음. 1927년 3월 27일 (일) 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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