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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병의 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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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pocmc 작성일17-04-15 21:21 조회6,06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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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에게 보였다. 골병이 들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피도 부족하고. 고치려면 100여원 들겠다고. 

1927년 11월 14일 (월)

 

 

 

   오늘부터 약을 먹어? 약을 먹으면 오래 살 수 있나?

 

   주여, 다만 주의 은혜가 있을 따름이외다.

11월 15일 (화)

 

 

 

   어째 도무지 심기가 불안하다.

 

   오 주여, 내가 나를 어찌할 수 없나이다. 주의 음성으로 내 마음의 거친 물결을 잔잔히 쉬게 하여주소서.

 

   오후 5시 10분 첫눈이 온다. 싸락눈이.

11월 16일 (수)

 

 

 

   병으로 학교를 쉬다. 

11월 18일 (금)

 

 

 

   11월에 첫 눈이 왔다. 싸라기눈이었다. 서울은 으슬으슬했다. 마음에는 풍랑이 일었다. 골병이 몸 안에서 몸을 갉아먹으며 자라고 있었다. 피는 모자라 아우성이었다. 엄두도 못낼 병원비는 엄한 얼굴을 냈다. 2년 전에도 그랬다. 1925년 겨울, 날벼락 폐병3기 진단이 떨아졌고 의사는 공부를 그만두고 쉬는 것이 살길이라고 했었다. 당시 폐병3기는 사형 선고였다고.

   시간은 흘러 1927년 가을, 골병이 들었고 피가 부족하다. 고칠 돈도 부족하다.

   나라 잃은 암울한 시대를 무겁게 등에 메고 가던 가난한 스물일곱 청년. 없는 돈 털어 빚까지 내어 어여쁜 백과사전은 샀는데, 그보다 댓배 비싼 병원비는 상상도 못한 청년. 그저 감은 두 눈으로 주의 은혜만 우러러본 청년. 그런 청년 우리 강산에 있었다네.

   누구는 주를 위해 목숨도 포기하려 하고 누구는 자기를 위해서 무엇도 포기 못하겠다면, 우리는 누구를 믿겠는가? 병들자는 게 아니다. 부러 아프자는 게 아니다. 본받자는 게다. 무엇에게도 꺾이지 않던 그 믿음은! 

 

 

"주님, 오늘은 약이 많습니다. 주의 은혜를 구하는 필사성, 결사성은 없습니다. 이용도는 피가 부족했고 은혜가 있었습니다마는, 우리는 피가 있고 은혜가 없습니다. 우리는 돈을 주고서라도 커피는 마시지만, 은혜를 준다 하여도 신앙의 피는 마시지 않습니다. 성찬에서 마시는 주의 피도 용도에게는 신앙의 피가 되었으나 우리에겐 습관적 예식으로 끝입니다. 주여, 계속 이래서는 아니 되겠습니다. 우리 안에 새 날을 속히 허락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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