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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묵상집

옥양목 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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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pocmc 작성일17-04-06 21:35 조회6,43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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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숙이가 병세 위급하다는 소식이 벌써 두 번째 왔다. 아, 괴로운 일이다. 아픈 마음 진정할 길이 없구나.

 

   오 주여, 나는 아무 능력이 없나이다.

   일체를 주여 맡아 도우소서.

   이리든지 저리든지 주께서 우리에게

   좋은 것을 주시려고 하심을 믿으며

   든든한 마음을 얻나이다.

 

1927년 3월 11일 (금)

 

 

 

   오늘은 의형제 이호빈 형님과 이환신 아우님이 신학교를 먼저 졸업한 기쁜 날이었다. '사랑하는 형제들에게 무엇을 선물할까?' 생각하면서도 이용도는 딸애의 위급함으로 마음이 요동쳤다. 그리고 이틀 뒤,

 

 

 

    영숙이의 병이 위독하다는 전보. 오후 4시 기차로 개성행. 남성병원.

 

   영숙이 숨을 모으는 참혹한 광경.

   어머니 된 자의 속 탐.

   의사 간호원들의 야단야단.

 

   아, 어쩌면 내 아기가 이리 되었단 말인가.

 

   넘어가는 숨을 끌어올리려고 주사를 석 대 넉 대.

   다른 방법은 없다 하여 최후로 노숙을 시키니 두 내외와 덕순 누님이 찬바람을 먹어가며 아이를 정성껏 간호하다.

 

3월 13일 (일)

 

 

 

   내 새끼가 숨 못 쉬는 모습을 보고 있어야 하는 부모의 속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몇 가지 중 하나리라. 마음이 시꺼멓게 타들어가는 나흘이 또 지나고,

 

 

    새벽 2시 15분에 내 딸 영숙 영면(永眠). 십중팔구는 죽을 것으로 판정해 놓고서도 그래도 살아나기를 바라던 것이 아주 죽고 말았으니…….

 

 

   수의를 지으며

 

 

   네가 성하였을 적에

   끊어다 놓았던 감으로

   수의를 지으니

   살아서는 못 입어본

   옥양목 새 감

 

   너 죽을 줄 알았더면

   숟가락을 팔아서라도

   새 저고리 바지

   그도 안 되면

   옥양목 새 버선이라도 한 켤레

   기워 신겼을 것을……

 

   아 웃는 듯이 고이 잠든 내 아가.

   오후 2시에 장례식.

 

3월 17일 (목)

 


   세상에 뉘 알았겠니, 아가야. 너 살았을 적 어여쁜 옷 한 벌 짜주려던 옷감으로 네 수의를 짜게 되다니……. 이럴 줄 알았더면 없는 재산, 숟가락이라도 내다팔아 한번이라도 네게 새 저고리 바지, 것 어려우면 새 버선이라도 신어보게 했을 건데.

 

 

    나를 보시나이까

   오 주님이시여,

   지금 나를 보시나이까

   죽어 오지 못하는

   내 아기를 그리워하면서

   눈물에 젖어있는

   나를 보시나이까

   보시거든

   이 정경을 내 딸에게 알게 하여 주옵소서.

 

   오 주님이시여,

   이제 나를 보시나이까

   서러워도 주를 부르고

   기뻐도 주를 부르는,

   아기와도 같은 나를 보시나이까

   보시거든 주님이여,

   손들어 알리소서.

 

3월 20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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