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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빌라의 데세사 30일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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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pocmc 작성일16-10-03 23:21 조회1,84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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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빌라의 데세사 30일 묵상

 

 아무것도 너를 어지럽히지 못하게 하라 

-Let Nothing Disturb You 

 

 

아빌라의 테레사 

   관상기도의 위대한 권위자 아빌라의 테레사에게는 16세기 스페인 정원을 내려다보는 수녀원 작은 암자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아 있거나 무릎을 꿇었던 날들이 틀림없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자서전이나 전기를 읽어보면 과연 그녀에게 기도하고 책 읽을 시간은 관두고 침묵에 싸여 하느님의 사랑과 현존에 대한 느낌에 사로잡힐 시간이 있었을까, 의심스러울 정도다. 

 

사십대 중반에 시작하여 약 스무 해 동안 그녀는 영성문학의 고전이 된 책을 다섯 권 펴냈는데, 그 중에는 ‘자서전’을 비롯하여 ‘완덕의 길’과 ‘내면의 성채’가 있다. 

 

같은 시기에 그녀는 전통 깊은 카르멜 수도회를 개혁하는 힘든 과제를 안고 씨름해야 했는데, 그것은 특별한 영적 용기와 리더십이 요구되는 일이었다. 그녀는 카르멜 수도회의 일상생활에 철저할 뿐 아니라 열두 여자 수도회와 두 남자 수도회에 대하여 화가 잔뜩 난 교회와 시민사회의 지도자들도 상대해야 했다. 또한 지방 및 중앙의 교회 집권층의 격렬한 반대―소송을 포함하여―와 자기네 지역에 새 수도원이 설립되는 것을 싫어한 “이웃들”의 거센 저항에 자주 부닥쳤다. 게다가 그녀의 건강은 언제나 좋지 않았다. 소녀시절에 앓던 병을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앓았던 것이다. 초기에는 며칠 동안 혼수에 빠지기도 했고 마비된 몸으로 여러 해를 보내야 했다. 

 

테레사는, 자기처럼, 당시 카르멜 수도회의 관행보다 “좀더 완벽한 방식으로” 수도생활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수도원을 세우려고 노력했다. 당면한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면서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 그녀의 모습은 감탄스러울 정도다. 

 

그녀의 해답은 기도였다. 불가능해 보이는 것 앞에서 드리는 기도, 사람들이 자기를 비방하고 방해할 때 드리는 기도, 자기가 지금 하느님의 인도를 받는 건지 아니면 악마의 꾐에 넘어가는 건지를 분명히 알 수 없을 때 드리는 기도가 모든 문제를 푸는 그녀의 열쇠였다. 테레사가 하느님의 은총을 받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녀의 경험이 악마의 장난이라고 말하는 지도층 인사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결코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영적 가르침은 기도생활을 가리키는 두 가지 은유(metaphor)에 근거한 것이었다. 

 

첫 번째 은유는 밭에 물을 주는 여러 방법들에서 가져온 것이다. 테레사는 초기 단계―죄를 떨쳐버리고 명상을 시작하는―의 기도를 양동이에 물을 담아 어깨에 메고 먼 거리에서 옮겨오는 고된 노력에 견준다. 

 

기도가 성숙하면서 우리는, 좀더 피동이 되어 능동이신 하느님을 체험하는 단계의 기도로 들어간다. 그것을 테레사는 고요함의 기도, 선물로 주어지는 기도라고 부른다. 이 단계에서 우리는 더 이상 물을 옮기느라고 수고하지 않아도 된다. 그것은 펌프가 물을 끌어올려주는 것과 같다. 다음 단계는 가뭄의 기간(period of dryness)인데, 거기서 우리는 물을 길어올 필요가 없음을 알게 되고 감추어진 강에서 밭에 물을 대줄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성숙의 단계에 이르면 우리에게 은혜를 부어주시는 하느님, 당신의 성스런 생명과 우리를 하나로 만드시는 하느님을 경험한다. 그것은 하늘에서 비가 흡족하게 내리는 것과 같다. 

 

테레사의 두 번째 은유는 우리 영혼을, 그 한복판에 성삼위 하느님이 거하시는 내면의 성채(interior castle)로 보는 것이다. 성숙한 기도는 우리를 이끌어 하느님과 더욱 깊고 친밀한 관계로 들어가게 한다. 성채의 아파트(또는 맨션)들을 통하여 변두리 지역에서 밝은 중심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 생에서 이를 수 있는 최고의 경지인 하느님과의 하나 됨을 이룰 때 우리는 자신의 중심에 도달한다. 아파트들은 성숙해가는 기도생활의 단계들을 보여준다. 새로운 아파트에 들어갈 때마다 우리는 새로운 단계에 들어선 기도의 효과를 경험한다. 

 

이 두 은유가 우리를 일으켜 세워 하느님과 하나 되는 길로 들어서게 한다. 그리고 인간이 이번 생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완벽한 하나 됨(unity)인 하느님과의 하나 됨에 이르기까지 걸음을 멈추지 않게 한다. 

 

그러나 아무리 그녀의 영적 체험과 그에 대한 기록이 복잡하고 정교해 보여도, 그 목표가 아무리 고상하고 멀어 보여도, 그녀의 영성생활과 가르침은 매우 근본적인 진실에 뿌리를 내린 것이었다. 우리의 영적 노력이 아무리 유치하고 미약해 보여도, 우리의 시야가 아무리 좁고 짧아 보여도, 테레사의 경험은 우리에게도 그대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기도를 멈추지 말라. 

우리 가운데 같은 길을 같은 방식으로 가는 두 사람이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아마도 그녀는 우리에게, 우리가 가는 이 길이 쉬운 길이 아님을 일러주고 싶을 것이다. 예수께서 걸으셨고 본인이 걷고 있는 험난한 길을 돌아보면서 그녀는 하느님께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친구를 대하시니, 곁에 친구들이 별로 없는 게 당연하지요!” 

 

이 작은 책은 테레사의 학설을 신학적으로 또는 역사적으로 요약한 것이 아니다. 그녀가 평생에 걸쳐 서로 다른 시기에 쓴 다양한 글들 가운데 명상 자료가 될 만한 것들을 추려 모아 엮은 것이다. 여기 수록된 글들은 아무것도 우리를, 특히 자신의 영성을 찾아 끊임없이 기도하려는 우리를, 어지르지 못하게 하라는 그녀의 충고를 담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그녀의 은유들보다 그것들이 뿌리 내리고 있는 진실, 그녀와 우리 모두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여정을 밝혀주는 진실에 초점을 모을 것이다. 


제1일 

 

[밝아오는 아침에] 

 

인생은 짧다. 때로는 아주 짧다. 우리 목숨이 한 시간 뒤에 끝날는지, 아니면 일 분 뒤에 모든 것을 하느님께 돌려드리게 될는지, 

그걸 우리가 어찌 알겠는가? 

 

스쳐지나가는 어떤 것에도 내어맡길 수 없고, 단 하루도 제 맘대로 늘일 수 없는 것이 우리 목숨이다. 

 

우리는 세상에 사는 동안 옳은 일에 굶주린 사람들 가운데 있을 수 있고, 드문 일이긴 하지만, 자신을 하느님의 돌보심에 내어맡길 때도 있다. 가끔씩 자기 영에 대하여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너무 많은 일에 마음이 바빠서 한 달에 겨우 몇 번 기도를 드리는 게 고작이다. “네 보물이 있는 곳에 네 마음도 있다.” 

그런즉 우리는 때때로, 번잡한 일상사를 벗어날 필요가 있다. 

 

우리 영의 상태를 돌아보고, 이런 식으로 가면 목적지에 이르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때때로, 모든 불필요한 염려와 일거리들로부터 물러설 필요가 있다. 

 

[온종일] 

 

인생은 짧다. 스쳐지나가는 어떤 것에도 우리 목숨을 내어맡길 수 없다. 

 

[하루를 마감하며] 

 

오, 주님. 그 어떤 것도 이 밤의 침묵을 어지럽히지 못하게 하소서. 그 무엇도 저를 겁주지 못하게 하소서. 

 

스쳐지나가는 것들 말고 당신을 온전히 믿어 의지한다면, 

비록 제 인생이 짧아도, 내일 아침 잠자리에서 깨어나기 전에 

목숨이 끝난다 해도, 저는 상관없습니다. 

 

하루가 저물어가는 이 시간, 

모든 관심사들을 내려놓고서 제 영의 상태를 돌아봅니다. 

 

세상에 사는 동안, 

옳은 일에 굶주린 이들과 함께 살며, 

저 자신을 온전히 당신의 돌보심에 내어맡기나이다. 

 

하느님, 당신을 제대로 모시기만 하면 

저에게 아무 부족함이 없겠기 때문입니다. 

 

당신만이 홀로 저의 모든 것을 채워주십니다. - 아멘 - 


제2일 

 

[밝아오는 아침에] 

 

우리를 불러 평화를 약속하시는 주님 음성을 들으면서도 

여전히 우리는 세상의 쾌락과 허영에 사로잡혀 있다. 

 

하지만 그분의 부르심이 너무나 절실한지라, 우리는 그분을 찾고 

그분이 약속하신 평화를 맛보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저렇게 우리를 부르시는 그분의 음성이 그칠 줄 모르기 때문이다.  

 

아무리 우리의 응답이 늦어도, 비록 당신의 명령을 제대로 따르지 못해도, 그래도 주님은 우리를 버리거나 우리한테 낙심하지 않으신다. 우리 가슴에 인내와 선한 욕망이 있는 한, 하느님은 몇 달이고 몇 년이고 기꺼이 기다려주신다. 

 

평화로 부르시는 하느님의 초대에 대한 우리의 첫 번째 응답은 인내다. 속세의 매력에 이끌려 가까스로 들어선 길을 포기하는 일이 없기 위하여, 평화로 부르시는 하느님의 초대에 응하려는 욕망을 끊임없이 유지하기 위하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참고 기다리는 인내다. 

 

우리는 주님 사랑하려는 마음을 한결같이 품어야 하고, 그분의 사랑이 주는 너무나 많은 증거들, 특히 우리 안에 거하시는 그분의 지속적인 현존을 느끼며 살기 위하여, 끊임없이 그분께로 돌아가야 한다. 

 

성실한 연인이신 주님은 결코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신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우리는 하느님보다 좋은 친구를 기대할 수 없다. 하느님은 이번 생에서도 우리가 바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큰 평화를 우리에게 주신다. 

 

[온종일] 

 

하느님은, 몇 달이고 몇 년이고, 기꺼이 우리를 기다리신다. 

 

[하루를 마감하며] 

 

오, 주님. 그 어떤 것도 이 밤의 침묵을 어지럽히지 못하게 하소서. 그 무엇도 저를 겁주지 못하게 하소서. 

 

오, 주님. 저를 불러 평화를 약속해주시는 당신 음성을 들으면서도 여전히 세상의 쾌락과 허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부르심이 너무나 절실한지라, 당신을 찾고 당신이 약속하신 평화를 맛보지 않을 수 없나이다. 이렇게 저렇게 우리를 부르시는 당신의 음성이 그칠 줄 모르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몇 달이고 몇 년이고, 기꺼이 기다려주십니다. 

 

알아요, 주님. 저는 당신께 대답이 늦고 당신 명령을 제대로 따르지도 못합니다. 하지만, 영혼의 평화로 부르시는 당신의 초대에 응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과 인내가 제 가슴에 있는 한, 당신은 저를 버리거나 저에게 낙심하지 않으십니다. 

 

하느님, 당신을 제대로 모시기만 하면 저에게 아무 부족함이 없겠기 때문입니다. 당신만이 홀로 저의 모든 것을 채워주십니다. 

- 아멘 - 


제3일 

 

[밝아오는 아침에] 

 

주님은 당신을 위한 일에 나선 자들을 도우시고, 오직 당신만 믿어 의지하고 필요한 것들을 당신한테서 구하는 자들을 결코 잃지 않으신다고 나는 믿는다. 이는 내가 나를 돕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그분을 믿어 의지할 때 비로소 근심걱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말이다. 

 

이것이 진실임을 믿도록 도와줄 사람들이 곁에 있으면 좋겠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섬기는 일에 큰 진전이 있는 사람들, 오직 하느님만 믿어 의지하는 사람들, 그런 이들에 에워싸여 살고 싶다. 

 

주님을 위한 일에 일편단심인 사람들, 그분에게 모든 것을 내어맡긴 사람들을 나는 찾는다. 그대도 나처럼 하여라. 그들이 나를 돕듯이 그대도 돕는 것을 알게 되리라. 

 

소심한 겁보들, 내키지 않는 맘으로 저 자신을 도우려는 자들, 

내키지 않는 맘으로 하느님을 믿는 자들을 곁에 두지 마라. 그대 자신을 위하여 “무엇을 먹고 입을까 염려하지 말고”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겨라. 

 

하느님이 근심걱정으로부터 자유로움을, 내게 선물로 주셨듯이, 그대에게도 주시기를! 

 

[온종일] 

 

무엇을 먹고 입을까 염려하지 말고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겨라. 

 

[하루를 마감하며] 

 

오, 주님. 그 어떤 것도 이 밤의 침묵을 어지럽히지 못하게 하소서. 그 무엇도 저를 겁주지 못하게 하소서. 

 

하루가 저무는 이 시간, 

 

당신을 위한 일에 나선 자들을 도우시듯이, 

저도 당신이 도우시리라는 것을 확인시켜주소서. 

 

오직 당신만을 믿어 의지하고 필요한 것들을 당신한테서 구하는 자들을 당신은 결코 잃지 않으십니다. 당신의 도우심으로, 무엇을 먹고 입을까 걱정하지 않겠어요. 

 

그 모든 것을 하느님, 당신께 맡겨드리나이다. 

근심걱정으로부터 자유로움을, 

테레사에게 선물로 주셨듯이, 저에게도 주소서. 

 

하느님, 당신을 제대로 모시기만 하면 

저에게 아무 부족함이 없겠기 때문입니다. 

 

당신만이 홀로 저의 모든 것을 채워주십니다. - 아멘 -

 

제4일 

 

[밝아오는 아침에] 

 

어째서 사람들이 완덕의 길로 나아가는 것을 겁내는지, 나는 그 까닭을 모르겠다. 

 

나의 하느님. 누구든지 진심으로 당신을 사랑하는 자는 위험한 벼랑에서 멀리 떨어져 안전하고 넓은 왕도를 걷나이다. 

 

오, 나의 하느님. 당신이 우리에게 손을 벋으시니 한 발짝도 길에서 벗어나 넘어질 수 없나이다. 우리가 세상 것들 말고 당신을 사랑하는 한, 한 번의 실수―여러 번의 실수라도―가 영원한 형벌로 우리를 데려갈 순 없나이다. 

 

우리는 겸손의 골짜기를 따라서 걸어갈 것입니다. 

 

우리가 대중을 좇을 때 우리를 에워싸는 온갖 재난 가운데서 얼마나 위태로운지, 반대로 하느님을 향하여 온갖 난관 무릅쓰고 앞으로 나아갈 때 얼마나 안전한지, 주께서 우리로 하여금 그것을 깨닫게 해주시기를! 

 

우리는 목적지에서 눈을 떼지 말아야 한다. ‘정의의 태양’이 지더라도, 하느님이 우리로 하여금 어두운 밤길을 걷게 하셔도, 이왕 출발한 여정을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한, 우리는 어떤 것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온종일] 

 

누구든지 하느님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자는 안전하게 길을 간다. 

 

[하루를 마감하며] 

 

오, 주님. 그 어떤 것도 이 밤의 침묵을 어지럽히지 못하게 하소서. 저로 하여금, 완덕의 길로 들어서는 것을 겁내지 말게 하소서. 

 

나의 하느님. 제가 진심으로 당신을 사랑한다면 위험한 벼랑에서 멀리 떨어져 안전하고 넓은 왕도를 걸을 것입니다. 

 

제가 한 발짝이라도 길에서 벗어나 넘어지면 당신이 거기 계시다가 제가 완전히 추락하기 전에 손을 벋어 붙잡아주실 줄, 저는 압니다. 

 

하루가 저무는 이 시간, 

 

대중을 좇을 때 제가 얼마나 위태로우며 

당신을 향해 나아갈 때 얼마나 안전한지를, 

다시 한번 깨우쳐주소서. 

 

하느님, 당신을 제대로 모시기만 하면 

저에게 아무 부족함이 없겠기 때문입니다. 

 

당신만이 홀로 저의 모든 것을 채워주십니다. - 아멘 - 


제5일 

 

[밝아오는 아침에] 

 

갑자기 순교자로 된 사람보다는 완덕의 길로 나선 사람에게 더 큰 용기가 요구된다. 완덕이란 하루아침에 얻어지는 무엇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대는 마땅히 그대의 욕정을 정복해야 한다. 하느님 사랑을 찾아 나선 이상, 위대한 성인처럼 용감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대는 주님을 찬양하면서 동시에 영혼의 깊은 슬픔을 알고 있다. 

많은 사람이, 어떻게 자기를 도와야 하는지 그 방법을 몰라서 여기까지 왔다가 뒤로 돌아간다. 

 

하느님이 날개를 주시기도 전에 날려고 하는 사람이 많다. 완덕으로 나아가려는 선한 욕망과 굳은 각오로 길을 떠난 이들이다. 실제로 하느님을 위하여 모든 소유를 버린 사람도 있다. 

 

그러고는 자기보다 많이 앞선 다른 사람들을 부러움과 동경의 눈으로 바라본다. 그들은 기도와 관상에 관한 책들을 열심히 읽는다. 그러다가 그만 가슴을 잃고 마는 것이다. 

 

초조하게 굴지 말고 주님께 희망을 걸어라. 

그대가 주님의 뜻을 이루려는 간절한 마음을 품고, 주님을 희망하며 그분께 기도드리면, 그리고 그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그대가 바라는 것을 하느님이 이루어주실 것이다. 

 

우리의 약한 본성이 큰 확신을 품고 당황하지 않는 게 매우 중요하다. 최선을 다하면 마침내 승리할 것임을 기억하라. 

 

[온종일] 

 

하느님이 날개를 주시기 전에 날려고 하지 말자. 

 

[하루를 마감하며] 

 

오, 주님. 그 어떤 것도 이 밤의 침묵을 어지럽히지 못하게 하소서. 그 무엇도 저를 겁주지 못하게 하소서. 

 

하루가 끝나는 이 시간, 

완덕이 하루아침에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일깨워주소서. 

 

오, 주님. 제가 당신 뜻을 이루려는 간절한 마음을 품고 당신을 희망하며 기도드리면, 그리고 당신을 위하여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제가 원하는 일을 저에게 이루어주시리라는 사실, 잘 압니다. 

 

저의 약한 본성이 당신께 확신을 품고 당황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도 압니다. 최선을 다하면 승리할 것임을 믿습니다. 

 

저는 마침내 날게 될 터이지만 당신이 날개를 주시기 전에는 아닙니다. 저에게 인내를 주소서. 여기까지 와서 뒤로 돌아가는 일이 없게 하소서. 하느님, 당신을 제대로 모시기만 하면 저에게 아무 부족함이 없겠기 때문입니다. 

 

당신만이 홀로 저의 모든 것을 채워주십니다. - 아멘 - 


제6일 

 

[밝아오는 아침에] 

 

주님은 단 두 가지만을 우리에게 요구하신다.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그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힘써 이루어야 할 두 덕목이다. 그것들을 완벽하게 실천하면 우리는 하느님의 뜻을 이루어드리고 우리가 찾는 하나 됨을 얻을 것이다. 

 

과연 우리가 이 두 계명을 잘 지키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가장 분명한 방법은 서로 순결한 사랑을 나누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정말로 하느님을 사랑하는지 아닌지를 쉽게 알아볼 수는 없다. 하지만 그가 자기 이웃을 사랑하는지 아닌지는 누구나 금방 알 수 있다. 

 

만일 누가 이웃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스스로 생각한다면 그는 자기를 속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으로 이웃을 사랑한다면 틀림없이 하느님과 하나 됨을 얻을 것이다. 

 

이웃을 참으로 사랑할 수 있게 해달라고 빌어라. 그대가 상상한 것보다 큰 보상을 받을 것이다. 하느님이 그대로 하여금 이기심을 버리고 그들의 짐을 대신 질 수 있게 해주실 것이다. 

 

이 일이 공짜로, 그대는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데 모두 하느님이 해주실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기억하라, 하느님은 우리 모두를 사랑하기 위하여 당신 아드님을 버리셨다. 그 아드님은 당신의 이웃들을 죽음에서 해방하기 위하여 모든 죽음들 가운데 가장 고통스런 죽음인 십자가 죽음을 감당하셨다. 

 

[온종일] 

 

너 자신을 사랑하듯이 네 이웃을 사랑하여라. 

 

[하루를 마감하며] 

 

오, 주님. 그 어떤 것도 이 밤의 침묵을 어지럽히지 못하게 하소서. 그 무엇도 저를 겁주지 못하게 하소서. 저로 하여금, 당신이 저를 사랑하고 돌보셨듯이, 진실로 제가 저를 사랑하고 돌보듯이, 제 이웃을 사랑하고 돌볼 준비를 갖추고 깨어나게 하소서. 

 

남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당신을 사랑한다고 스스로 속이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루가 저무는 이 시간, 저는 압니다, 

 

제가 그 사랑에서 한참 멀리 떨어져 있음을. 하오나, 주님, 제 기도를 들어주소서. 다른 사람들을 볼 때 당신을 보게 하소서. 

당신께 드리는 존경과 예절로 그들을 대하게 하소서. 

 

그들을 사랑하는 것이 곧 당신을 사랑하는 것이요, 당신을 사랑하면 저에게 아무 부족함이 없겠기 때문입니다. - 아멘 -

 

제7일 

 

[밝아오는 아침에] 

 

그대는 스스로 겸손하다고 믿는 어떤 이들처럼, 하느님 앞에서 수줍어하지 않아도 된다. 그대 주인이 베푸는 호의를 사양하는 것은 겸손이 아니다. 오히려 그럴 자격이 없음을 알면서도, 고맙게 받고 기뻐하는 것으로 그대의 겸손을 보여드릴 일이다. 

 

만일 우리 집에 하늘과 땅의 귀족들이 식구들과 나에게 은혜를 베풀고자 오셨는데, 그분들 질문에 답을 못하고 공손히 앉아만 있다면, 또는 그들이 주는 선물을 받아서 한쪽에 놓아둔다면, 그건 겸손한 태도라고 할 수 있겠다. 

 

그들이 나에게 원하는 것을 말해보라고, 모두 다 들어주겠다고 할 때, 차라리 가난하게 살겠다면서 그들을 돌려보낸다면, 그것도 훌륭한 겸손이라 하겠다. 그런 종류의 겸손으로는 따로 무슨 할 일이 없다. 

 

아버지이신 하느님, 어머니이신 하느님, 형제이신 하느님, 자매이신 하느님, 주인이신 하느님, 배필이신 하느님과 말을 나누어라. 

때로는 이렇게, 때로는 저렇게, 그대가 당신을 기쁘시게 해드리기 위하여 해야 할 일을 일러주실 것이다. 

 

어리석게 굴지 마라. 그대 영혼의 배필에게 말할 기회를 달라고 청하여라. 주님이 우리 안에 계시고, 그분의 현존에 깨어 있어야 한다는 이 진실을 그대가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항상 기억하여라. 

 

[온종일] 

 

하느님 앞에서 수줍어하지 마라. 

 

[하루를 마감하며] 

 

오, 주님. 그 어떤 것도 이 밤의 침묵을 어지럽히지 못하게 하소서. 그 무엇도 저를 겁주지 못하게 하소서. 당신이 제 곁에 계시고 저도 당신 곁에 있으니까요. 저로 하여금 당신 앞에서 수줍어 한숨짓지 말게 하시고 오히려 믿음과 사랑 안에서 말씀드리게 하소서. 

 

당신은 저의 아버지요 어머니요, 형제요 자매요, 주인이요 배필이시니까요. 제가 어떻게 하면 당신을 기쁘시게 해드릴 수 있는지, 이모저모로 가르쳐주소서. 

 

저에게 그럴 자격이 없다는 건 잘 압니다만, 그래도 겸손하게 빕니다. 이 밤을 당신 사랑의 선물로, 당신 자신으로 가득 채워주소서. 

 

하느님, 당신을 제대로 모시기만 하면 저에게 아무 부족함이 없겠기 때문입니다. 

 

당신만이 홀로 저의 모든 것을 채워주십니다. - 아멘 -


제8일 

 

[밝아오는 아침에] 

 

우리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기도드린다. 

그런데, 어디가 하늘인가? 우리 아버지를 어디서 만날 것인가? 

우리 마음과 영을 한 곳에 모으려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체험해야 한다. 하느님이 어디에나 계심을 그대는 안다. 이것이야말로 위대한 진실이다. 하느님이 계신 곳, 거기가 물론 하늘이기 때문이다. 

 

그분의 위엄이 있는 곳에 영광이 충만함을 그대는 의심 없이 믿을 것이다. 여기저기 하느님 계신 곳을 찾아 헤매다가 마침내 자기 안에서 아버지를 만났다는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을 기억하자. 

 

흩어지기 쉬운 한 영혼이 바야흐로 이 진실을 깨닫고, 자신의 영원하신 아버지와 말을 나누며 그 안에서 기뻐하기 위하여 하늘로 올라가거나 크게 외치지 않아도 됨을 안 것이 그대 눈에는 대수롭지 않게 보이는가? 우리가 아무리 조용하게 속삭여도, 하느님은 너무나 가까이 계시는지라,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들으신다. 

 

우리는 하느님께 닿기 위해서 날개가 필요치 않다. 그냥 홀로 고요히 앉아, 우리 안에서 그분의 현존을 바라볼 장소를 찾으면 된다. 그토록 대단한 손님이 우리 안에 계심을 이상하게 여길 것 없다. 우리는 겸손하게 하느님과 말씀을 나눠야 한다. 아버지 또는 어머니께 우리의 소원을 말씀드리고, 당신이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여쭈어야 한다. 우리의 문제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그것들을 바로잡을 수 있게 해달라고 빌어야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우리에게 하느님의 자녀 될 자격이 없음을 알아야 한다. 

 

[온종일] 

 

아무리 조용하게 속삭여도, 하느님은 들으신다. 

 

[하루를 마감하며] 

 

오, 주님. 그 어떤 것도 이 밤의 침묵을 어지럽히지 못하게 하소서. 그 무엇도 저를 겁주지 못하게 하소서. 

 

나의 영원하신 아버지, 당신께 말씀드리고, 당신 안에서 기뻐하기 위하여 하늘로 올라가거나 큰 소리로 외치지 않아도 됨을, 여기 이 어둠 속에서 저에게 일깨워주소서. 

 

제가 아무리 조용하게 속삭여도, 당신은 너무나 가까이 계신지라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들으십니다. 저는 당신께 닿기 위해서 날개가 필요치 않습니다. 

 

다만 이 고요한 밤이, 제가 당신과 함께 있으며 제 안에 계신 당신의 현존을 바라볼 수 있는 장소인 것을 알기만 하면 됩니다. 

 

하느님, 당신을 제대로 모시기만 하면 저에게 아무 부족함이 없겠기 때문입니다. 

 

당신만이 홀로 저의 모든 것을 채워주십니다. - 아 멘 - 


제9일 

 

[밝아오는 아침에] 

 

우리는 하느님이 그토록 기뻐하시는 우리 영혼의 진가를 너무나 몰라준다. 모두들 영혼을 소유하고 있지만, 하느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그것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모르고, 따라서 그 안에 담긴 큰 비밀들을 알지 못한다. 만일 우리에게 자기를 들여다보는 눈이 열린다면, 우리 영혼이 그 안에서 하느님이 기뻐하시는 낙원임을 알게 되리라. 

 

우리 영혼을, 커다란 다이아몬드 또는 투명한 수정으로 이루어진 성채라고 생각해보자. 그 안에 방들이 많은데, 어떤 방은 위에, 어떤 방은 아래에, 어떤 방은 옆에 있고 모든 방들의 중심에는 가장 중요한 밀실이 있어 거기서 하느님과 우리 영혼이 은밀한 교제를 나누고 있다. 

 

그토록 힘 있고 지혜롭고 순결한 왕이 다스리고 온갖 좋은 것들이 가득한 곳에 거한다면 얼마나 안락하겠는가? 

 

그 어떤 것도 우리 영혼의 아름다움과 능력에는 견줄 수 없다. 우리의 지성이 아무리 섬세하여도, 하느님을 알 수 없듯이 우리 영혼의 깊이도 알지 못한다. 그것이 하느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인간이 그분과 통교할 수 있는 것은 그 영혼으로 하느님을 닮았기 때문이다. 

 

[온종일] 

 

하느님이 우리 영혼 안에서 기뻐하신다. 

 

[하루를 마감하며] 

 

오, 주님. 그 어떤 것도 이 밤의 침묵을 어지럽히지 못하게 하소서. 그 무엇도 저를 겁주지 못하게 하소서. 그보다, 어둠이 내려 하루가 저무는 이 시간, 하늘에 계신 아버지, 당신의 형상으로 지으시고 당신의 거처로 삼으신 제 영혼 그 깊은 중심으로 물러나 들어가게 하소서. 

 

당신을 닮은 제 영혼에 당신이 현존하심을 알게 하소서. 

이 밤의 고요한 침묵 속에서 당신과 말씀을 나누게 하소서. 

 

진실로 제 영혼이 그 안에서 당신이 기뻐하시는 낙원이라면, 

당신 계신 그곳에서 저 또한 기쁨을 찾게 하소서. 

 

하느님, 당신을 제대로 모시기만 하면 

저에게 아무 부족함이 없겠기 때문입니다. 

 

당신만이 홀로 저의 모든 것을 채워주십니다. - 아 멘 -


제10일 

 

[밝아오는 아침에] 

 

나는 성 바울로의 이 말을 자주 생각한다. 

“하느님 안에서 모든 일이 가능하다.” 

 

일단 길에 나섰으면, 사람들이 주는 경고와 위험신호에 신경 쓸 것 없다. 그대는 아무 위험한 일도 겪지 않고 강도들이 우글거리는 길을 통과하여 그 값진 보물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가? 

 

세상은 나그네 인생길을 평탄하게 걷는 데 행복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없어도 되는 돈을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밤마다 잠을 설치며 남들까지 못살게 군다. 

 

그대가 지금 가는 길은 우리 주님과 선택된 성인들이 지나간 길이요, 천군천사들이 지켜주는 안전한 왕도다. 대중의 여론에는 눈길조차 주지 마라. 들리는 소리들에 귀 기울일 시간이 없다. 

 

자기 인생을 오직 하느님 뜻에 맡긴 사람들의 안내만 받아라. 

양심을 굳게 지켜라. 겸손을 수련하여라. 세상이 값지게 여기는 것들을 경멸하여라. 이렇게만 한다면 그대는 틀림없이 지금 바른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하느님이 그대를 기뻐하실진대, 누가 그대를 방해하든, 그가 어떤 자이든,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다. 

 

[온종일] 

 

하느님 안에서 모든 일이 가능하다. 

 

[하루를 마감하며] 

 

오, 주님. 

그 어떤 것도 이 밤의 침묵을 어지럽히지 못하게 하소서. 

그 무엇도 저를 겁주지 못하게 하소서. 

 

저를 낙심시키려는 소리에 귀를 막고, 

당신 아드님과 모든 성인들이 지나간 왕도를 따라 걷게 하소서. 

 

저의 행복은 어려움 없는 평탄한 날들에 있지 않고, 

당신의 뜻이 어디로 인도하든지 

그리로 과감하게 따라가는 데 있나이다. 

 

대중의 여론 아닌 당신의 말씀에서 제 길을 찾게 하소서. 

위험한 일들을 겪겠지만, 그러나 저에게는 

모든 일을 가능하게 하시는 하느님, 당신이 있나이다. 

 

하느님, 당신을 제대로 모시기만 하면 

저에게 아무 부족함이 없겠기 때문입니다. 

당신만이 홀로 저의 모든 것을 채워주십니다. - 아 멘 -


제11일 

 

[밝아오는 아침에] 

 

기도할 때 그대는 그리스도를 앞에 모시고 그분의 성스런 인간성을 흠모하는 그대 모습을 그리고 싶을 것이다. 그분께 필요한 것을 청하기도 하고 마음속 불평을 털어놓기도 하고 힘든 사정을 호소하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그대는 그분과 함께 있음을 마음껏 기뻐할 수 있다. 

 

하지만, 받은 선물들을 즐기느라고 선물 준 이를 잊는 일은 없도록 하여라. 그런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염려 마라. 그럴듯한 미사여구로 기도를 꾸밀 것 없다. 진심이 담긴 솔직한 말이면 어떤 용어를 써도 좋다. 이것이 그대 영성생활을 성숙시키는 훌륭한 방편이다. 

 

그래도, 하느님의 임재를 몸으로 느끼는 데 그대의 모든 시간을 쓰지는 마라. 그렇게 기도하는 것을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가끔 그대 영혼에게 고된 일에서 쉬는 날, 안식일을 선물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하느님의 현존 안에 그대를 계속 있게 하여라. 그대의 상상력을 동원하여라. 하지만, 말을 꾸며 만드느라고 머리를 고단하게 만들지는 마라. 그냥,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되, 하느님의 현존을 항상 의식해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라. 이 일을 할 때가 있고 저 일을 할 때가 있다. 그 때를 잘 분간하여라. 그러지 않으면 그대 영혼이 지쳐 쓰러질 것이다. 

 

[온종일] 

 

염려 마라. 

 

[하루를 마감하며] 

 

오, 주님. 

그 어떤 것도 이 밤의 침묵을 어지럽히지 못하게 하소서. 

그 무엇도 저를 겁주지 못하게 하소서. 

 

저무는 날에 당신의 임재를 생각합니다. 

무엇을 당신께 말씀드릴까, 그것을 염려하지 말게 하소서. 

저는 압니다, 아름다운 말로 기도를 꾸밀 것 없음을. 

제가 무슨 단어를 써도 당신은 알아들으실 테니까요. 

 

당신의 임재를 몸으로 느끼기 위하여 기운을 탕진하거나 드릴 말씀을 꾸며 만드느라고 영혼을 고단하게 만들지는 않겠나이다. 그냥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씀드리고, 마음속 불평을 털어놓기도 하고, 힘든 사정을 호소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당신과 함께 있음을 기뻐하되, 당신이 주신 선물들을 즐기느라고 그것들을 주신 당신을 잊는 일만큼은 없게 하소서. 

 

하느님, 당신을 제대로 모시기만 하면 

저에게 아무 부족함이 없겠기 때문입니다. 

당신만이 홀로 저의 모든 것을 채워주십니다. - 아 멘 -


제12일 

 

[밝아오는 아침에] 

 

하느님께서 그대에게 완전한 하나 됨의 말 못할 기쁨을 안겨주시기를. 이 세상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재물, 쾌락, 명예, 큰 잔치, 그 어떤 것도 하느님과 하나 되어 보내는 한 순간의 행복에 견줄 수 없다. 

 

이 땅에서 우리가 겪는 그 어떤 아픔, 괴로움, 노력, 수고도 완전한 하나 됨에서 오는 깊은 사랑을 우리에게 가져다주지 못한다. 실로 우리는 하느님이 우리 영혼에 베푸시는 단 한 시간의 만족, 기쁨, 즐거움을 노력으로 얻을 수 없다. 

 

성 바울로는 말씀하신다. 

“우리가 바라는 영광에 견주면 이 세상 모든 시련이 아무것도 아니다.” 

 

자비로우시고 은혜로우신 주님, 당신께로 가까이 가서 당신과 저 사이에 거리가 없는 것 말고, 이 생에서 제가 더 무엇을 당신께 청하겠습니까? 

 

당신과 하나 되었는데 무엇이 저를 힘들게 하겠습니까? 

당신이 가까이 계시는데 제가 당신을 위하여 무엇을 감당 못하겠습니까? 당신 없이 제가 무엇입니까? 

 

당신이 가까이 계시지 않는다면 저에게 무슨 가치가 있겠습니까? 

아주 짧은 거리라도 당신한테서 떠나 길을 잃는다면 제가 어찌 저 자신인들 찾을 수 있겠습니까? 

성 아우구스티누스와 함께 간절히 기도합니다. “저를 위해 택하신 것을 저에게 주시고, 저에게 바라시는 것을 저한테서 이루소서.” 당신의 은총과 사랑을 힘입어, 결코 당신을 등지지 않겠습니다. 

 

[온종일] 

 

주님, 당신 없이 제가 무엇입니까?  

 

[하루를 마감하며] 

 

오, 주님. 

그 어떤 것도 이 밤의 침묵을 어지럽히지 못하게 하소서. 

그 무엇도 저를 겁주지 못하게 하소서. 

오늘 하루가 저에게 준 것이 기쁨과 만족이든, 아픔과 좌절이든, 

그 무엇이든 제가 바라는 영광에 견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자비로우시고 은혜로우신 주님, 당신께로 가까이 가서 당신과 저 사이에 거리가 없는 것 말고, 이 생에서 제가 더 무엇을 당신께 청하겠나이까? 성 아우구스티누스와 함께 간절히 기도합니다. “저를 위해 택하신 것을 저에게 주시고, 저에게 바라시는 것을 저한테서 이루소서.” 

 

당신 없이 제가 무엇이며, 당신이 가까이 계시지 않는다면 저에게 무슨 가치가 있겠나이까? 아주 짧은 거리라도 당신한테서 떠나 길을 잃는다면 제가 어찌 저 자신인들 찾을 수 있겠나이까? 하느님, 당신을 제대로 모시기만 하면 저에게 아무 부족함이 없겠습니다. 당신만이 홀로 저의 모든 것을 채워주십니다. - 아 멘 - 


제13일 

 

[밝아오는 아침에] 

 

주께서 내게 이르셨다.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는 자, 매우 드물다. 나를 참으로 사랑하는 것은 내가 기뻐하지 않는 모든 것이 속임수 가짜임을 아는 것이다. 그러나 네가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면 나는 너에게 아무것도 감추지 않겠다.” 

 

이 말씀이, 진실하지 않은 모든 것, 주님이 기뻐하시지 않는 모든 것을 경멸하라는 큰 축복의 말씀인 줄을 지금 나는 안다. 이제 나는 하느님 섬기는 일과 연관이 없는 모든 것을 헛된 속임수로 본다. 내 힘을 다 쏟아서 성경의 한 구절이라도 그대로 따를 것을 나는 결심한다. 

 

내가 극복할 수 없는 장애는 세상에 없고, 그리하여 오직 참되게 살고자 하는 마음으로 진실한 것들, 그러니까 우리를 하느님께로 더욱 가까이 가게 도와주며 세속의 지혜를 훨씬 뛰어넘는 것들만 말할 수 있다고 지금 나는 믿는다. 

 

주께서는 진실 자체이신 분의 현존 안에서 진실하게 걸으라고 우리를 초대하셨다. 주님이 말씀하시는 진실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큰 진실이다. 

 

다른 모든 사랑이 이 큰 사랑에 의존하고, 다른 모든 위대함이 이 큰 위대함에 의존하듯이, 다른 모든 진실이 이 큰 진실에 의존한다. 그런즉 이렇게 결론지을 수 있겠다. 주님이 큰 진실 자체시요, 다른 모든 것은 거짓이라고. 

 

[온종일] 

 

내가 극복할 수 없는 장애는 세상에 없다. 

 

[하루를 마감하며] 

 

오, 주님. 

그 어떤 것도 이 밤의 침묵을 어지럽히지 못하게 하소서. 

그 무엇도 저를 겁주지 못하게 하소서. 

 

진실 자체이신 당신의 현존 안에서 

진실하게 걸으라는 당신의 초대에 응하기만 하면, 

제가 극복할 수 없는 장애가 없음을 알고 

그 지식 안에서 편히 쉬게 하소서. 

 

다른 모든 사랑이 당신의 사랑에 의존하고, 

다른 모든 위대함이 당신의 위대함에 의존하듯이, 

다른 모든 진실이 당신의 진실에 의존하나이다. 

 

어둠이 내리는 이 시간, 

저에게 고요한 밤을 주소서. 

 

당신의 진실을 제 입술과 가슴에 주소서. 

주님, 당신이 진실 자체시요, 

다른 모든 것은 거짓이기 때문입니다. 

 

오, 주님. 제가 당신의 진실을 말한다면 

저에게 아무 부족함이 없겠습니다. 

당신만이 홀로 저의 모든 것을 채워주십니다. - 아 멘 -


제14일 

 

[밝아오는 아침에] 

 

함께 배우자, 형제자매들이여. 우리가 조금이라도 하느님을 닮고 싶다면 진실 안에서 걸으려고 힘써야 한다. 단순히 거짓말은 안 된다는 것 정도가 아니다. 그보다, 하느님과 모든 사람 앞에서 진실하게 행동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자기가 잘났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만사에,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드리고 우리 것은 우리에게 돌려야 한다. 

그렇게 하여 우리는, 속임수와 거짓 위에 세워지고 그래서 오래 못가는 이 세상에 덜 휘둘릴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로 하여금 자기를 아는 지식의 은총을 잃지 않게 해주신다. 하느님을 사랑하기 위하여 명예와 재물과 쾌락을 미워하고, 십자가를 껴안고, 열심을 내어 하느님 섬기는 일에 매달리면 사탄이, 전염병을 피하듯이, 우리한테서 달아날 것이다. 

 

그는 진실 안에서 걷는 사람들과 아무 일도 함께 하고 싶지 않다. 

오직 진실만 말하고, 그렇게 하여, 눈을 들어 진실 자체이신 하느님만 바라보자. 

  

[온종일] 

 

진실 안에서 걷게 하소서. 

  

[하루를 마감하며] 

 

오, 주님. 

그 어떤 것도 이 밤의 침묵을 어지럽히지 못하게 하소서. 

그 무엇도 저를 겁주지 못하게 하소서. 

 

오늘 묻은 먼지를 털어주소서. 

당신만이 모든 진실의 근원이심을 말과 행동으로 부인한, 

저의 숱한 거짓말을 용서하소서. 

 

너무나 쉽게, 

너무나 자주, 

당신과 저 사이를 훼방하는 거짓과 교만과 자기-사랑으로 

더러워진 제 입술과 가슴을 깨끗이 씻어주소서. 

 

당신의 용서로, 

진실 안에서 걷는 자에게만 가능한 평화로, 

저의 이 밤을 채워주소서. 

 

나의 주 하느님, 

진실 안에서 당신과 함께 걸으면 

저에게 아무 부족함이 없겠나이다. 

당신 홀로 진실이십니다. 

 

당신만이 저의 모든 것을 채워주십니다. - 아 멘 - 


제15일 

 

[밝아오는 아침에] 

 

기도의 근본 바탕은 겸손이다. 기도 안에서 우리가 자신을 아래로 낮출수록 하느님은 우리를 더 높이 들어올리신다. 

 

한번은, 어째서 하느님이 그토록 겸손의 덕을 좋아하실까, 그 까닭이 궁금했는데, 뜬금없이, 하느님은 위없는 진실이시고 겸손이 바로 그 진실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혼자만으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 기본 진실이다. 

누구든지 이 진실을 무시하는 자는 거짓된 가짜 삶을 사는 것이다. 반대로 이 진실을 깨닫고 받아들이는 사람을, 위없는 하느님은 더없이 기뻐하신다. 그가 진실 안에서 걷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한 여인에게 주님은, 우리 안에서 나오는 그 어떤 선한 것도 우리 자신으로부터 솟아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셨다. 그것은, 시냇가에 심어진 나무처럼, 영혼의 뿌리에 닿아있는 은총의 샘으로부터, 우리의 모든 것을 살아있게 하는 태양으로부터, 솟아나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무슨 선한 일을 보기만 하면 그녀는 모든 것의 근원이신 하느님께로 돌아갔다. 그분의 도우심을 받지 않고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음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우리가 자신의 어리석음과 나약함을 항상 바라보며, 인간의 머리로 알 수 없는 놀라운 일을 이루시는 크신 주님의 종 되기에 자기가 턱없이 부족한 존재임을 안다면, 그런다면 과연 얼마나 놀라운 일이 우리 앞에서 펼쳐질 것인가! 

 

[온종일] 

 

겸손! 

 

[하루를 마감하며] 

 

오, 주님. 

그 어떤 것도 이 밤의 침묵을 어지럽히지 못하게 하소서. 

그 무엇도 저를 겁주지 못하게 하소서. 

 

저로 하여금 어둠 속으로 겸손히 들어가 

저 혼자만으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진실을 

스스로 용납하고 인정하게 하소서. 

 

주님은 제 눈을 열어 

진리 안에서 당신을 따르는 자들을 위해 마련하신 

온갖 놀라운 일들을 보여주십니다만, 

 

그렇더라도 저는 저의 어리석음과 나약함을 받아들이고 

저 혼자만으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엄연한 진실 안에서 걷게 하소서. 

 

저 혼자만으로는 아무 가진 것이 없습니다만, 

그러나 하느님, 당신을 제가 모신다면 

저에게 부족함이 없겠나이다. 

당신만이 저의 모든 것을 채워주십니다. - 아 멘 - 


제16일 

 

[밝아오는 아침에] 

 

하느님을 진실로 사랑하는 영혼은 모든 선(善)을 사랑하고, 모든 선을 지키고, 모든 선을 기리고, 선한 사람들과 손잡고 그들을 옹호하고, 모든 덕목을 포용한다. 그는 진실로 사랑할 가치가 있는 것만 사랑한다. 

 

그대는 하느님을 진실로 사랑하는 영혼이 세속의 허영과 재물, 쾌락과 명성에 매달리는 일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그는 자기가 사랑하는 이를 기쁘시게 해드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목적하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그는 질투를 느끼거나 불평을 할 수가 없다. 

 

그대의 하느님 사랑은, 크든 작든 간에 밖으로 드러나야 한다. 

그대의 하느님 사랑은 감출 수 없는 것이다. 큰 불이 사방으로 밝은 빛을 뿜어내듯이, 그대가 하느님을 깊이 사랑할 때 그 사랑은 여러 모양으로 드러나지 않을 수 없다. 

 

강하고 의로운 사랑,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자라지 않을 수 없고, 도무지 끝날 이유가 없는 사랑, 완벽하게 되돌아오는 사랑, 누가 그런 사랑을 감출 수 있겠는가? 

 

어떻게 그런 사랑을 얻을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내 답은 이렇다. 

하느님을 위해 일하고 고난당할 결심을 굳게 하고 기회 닿는 대로 그 결심을 실천하여라. 그대의 사랑은 그대가 상상하고 욕망하는 사랑보다 더한 사랑이다. 그것을 그대 삶으로 증명해야 한다. 

 

[온종일] 

 

사랑은 감출 수 없는 것. 

  

[하루를 마감하며] 

 

오, 주님. 

그 어떤 것도 이 밤의 침묵을 어지럽히지 못하게 하소서. 

그 무엇도 저를 겁주지 못하게 하소서. 

 

그러나 밤이 내리는 이 시간, 

당신과 함께, 

당신의 따스한 품에 안겨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당신을 향한 저의 사랑은, 

크든 작든 간에, 

기회 있을 때마다 밖으로 드러나야 합니다. 

 

그것은 제가 상상하는 사랑, 

저문 날에 당신 품에 안겨 있는 사랑보다 더한 사랑이어야 하고, 

저는 그것을 삶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당신께 바치는 저의 사랑은 감출 수도 없지만 감추어서도 아니 됩니다. 

 

하느님, 제가 당신을 사랑하는 데 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 사랑을 삶으로 실현할 때에만 

저에게는 부족함이 없겠나이다. 

당신만이 저의 모든 것을 채워주십니다. - 아 멘 - 


제17일 

 

[밝아오는 아침에] 

 

오, 하느님, 우리가 당신을 사랑하겠다고 결심할 때 곧장 궁극의 목표인 온전한 사랑에 이르지 못하는 까닭이 무엇인가요? 

 

그것은 우리가 하느님께 온전히 굴복한다고 스스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고작 일상생활에서 쓰고 남은 여벌과 노력으로 얻은 몇 가지를 버렸을 따름이고, 그렇게 이 땅의 주인 노릇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난하기로 마음먹었고 그것은 대단한 결심이다. 하지만 부족함을, 그것도 반드시 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 것들의 부족함을, 우리는 견딜 수 없어 한다. 

 

우리는 명예를 추구하지 않기로 서약하였다. 그러나 일단 자기 이름이 손상을 입는다 싶으면 순식간에 그것을 하느님께 드렸다는 사실을 잊어먹는다. 우리는 자기 뜻을 하느님께 바쳤다고 말하면서 그 바친 것을 도로 찾아다가 예전처럼 움켜잡는다. 만사에 그 모양이다. 

 

그렇게 우리 자신을 옹글게 포기하지 않아서, 그래서 우리에게 주신 하느님의 선물이 아직 우리한테 없는 것이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 우리 남은 목숨을 하루에 하루치씩 당신께로 돌려드리듯이, 그렇게 우리는 당신의 선물을 한 방울씩 받고 그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나이다. 우리 생명을 온전히 당신께 들어 바치는 그날까지는. 

 

[온종일] 

 

인내가 모든 것을 얻는다. 

 

[하루를 마감하며] 

 

오, 주님. 

그 어떤 것도 이 밤의 침묵을 어지럽히지 못하게 하소서. 

그 무엇도 저를 겁주지 못하게 하소서. 

 

저의 두려움이 고요한 안식에, 

저의 졸렬함이 중심의 너그러움에, 

자리를 넘겨주게 하소서. 

 

말로는 저의 모든 것을 당신께 바치고 싶다면서, 

실제로는 온몸과 마음으로 당신을 알고 사랑하고 섬기기보다, 

약간의 즐거움과 안락을 얻겠다는 헛된 희망으로 

 한 번에 한 방울씩 제 생명을 당신께 돌려드리고 있나이다. 

 

그렇게, 당신께 바친 선물을 되찾아오고 있나이다. 

제 속의 인색함을 당신의 너그러움으로 대체하여 주소서. 

 

당신은 저의 모든 선물을, 그것이 아무리 작다 하여도, 당신의 무한한 선물로 갚아주십니다. 

 

하느님, 당신을 제대로 모시기만 하면 저에게 아무 부족함이 없겠습니다. 당신만이 홀로 저의 모든 것을 채워주십니다. - 아 멘 - 


제18일 

 

[밝아오는 아침에] 

 

기도는 하느님의 가장 큰 선물이 우리 영혼으로 들어오는 문이다. 

이 문이 닫혀 있다면, 어떻게 하느님이 그 선물들을 우리에게 주실 수 있겠는지, 나는 모르겠다. 비록 그분이 우리 영혼에 들어오시어 거기서 기뻐하시고 우리 또한 기쁘게 해주고자 원하실지라도, 그렇게 하실 방법이 없는 것이다. 

 

진정 하느님이 우리에게 오시기를 원한다면, 어째서 기도를 하지 않는 것인가? 괴롭고 힘든 이 세상을 더욱 비참하게 살려는 마음이 있다면 모르겠거니와, 나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어째서 우리는 하느님 앞에서 문을 닫는가? 

그런데도 하느님은 우리의 아주 작은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시련을 견디는 데 필요한 도움을 아끼지 않으신다. 

 

그런즉, 우리가 아직 준비가 안 돼 있어도, 하느님이 우리 영혼에 기도할 마음을 주시는 것은, 많은 선물들 가운데서도 가장 큰 선물이다. 죄와 유혹과 퇴보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참고 견디면, 우리 주님은 마침내 우리를 구원의 항구로 데려가실 것이다. 

 

게다가 하느님은 우리 사랑을 갚아주시려고 내세까지 기다리지 아니하시고 바로 지금 여기에서 우리를 풍요롭게 해주신다. 

  

[온종일] 

 

기도는 하느님의 가장 큰 선물이 우리 영혼으로 들어오는 문이다. 

 

[하루를 마감하며] 

 

오, 주님. 

그 어떤 것도 이 밤의 침묵을 어지럽히지 못하게 하소서. 

그 무엇도 저를 겁주지 못하게 하소서. 

 

그 무엇도 하루의 마지막 순간을 기도로 끝내려는 

저를 방해하지 못하게 하소서. 

 

그리로 저는 당신의 현존을 엿볼 수 있고 

당신은 제 영혼에 들어오실 수 있는, 

문을 열어놓게 도와주십시오. 

 

저로 하여금 당신 앞에서 문을 닫지 말게 하소서. 

하루가 마감되는 지금 여기에서 

짧은 한 순간이라도, 

제가 당신 현존 안에 살고 있음을 기억 못하게 하는 

수천 가지 소리들을 잠재우게 하소서. 

 

기도라는 선물로 저에게 복을 내려주소서. 

하느님, 당신을 제대로 모시기만 하면 

저에게 아무 부족함이 없겠습니다. 

당신만이 홀로 저의 모든 것을 채워주십니다. - 아 멘 - 


제19일 

 

[밝아오는 아침에] 

 

더없는 완덕은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내적 기쁨, 환희, 환상 또는 정확한 예언 등에서 그것을 찾지 말고 찾으리라고 기대하지도 마라. 다만 자기 뜻을 하느님 뜻에 부합시키는 데서 그것을 찾을 일이다. 

 

그때, 우리가 스스로 뜻하지 않는 것을 하느님께서 뜻하시는 경우가 없게 되리라. 그때 우리는, 단 것과 함께 쓴 것을 하느님의 뜻으로 알고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하느님 뜻에 대한 빈약한 순종만 남겨두고, 환희는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제 뜻대로 하려는 의지가, 하느님의 뜻보다 자기-사랑과 손을 잡은 영혼과 함께 남을 것이다. 

 

하느님 뜻을 택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느님 뜻대로 하기를 택해야 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본성에 따라서 자신을 위하여 마땅히 택했을 것의 반대를 택하고 그대로 기꺼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확실히, 이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사랑은, 온전한 사랑은, 그 일을 넉넉히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강하다. 

 

사랑 안에서 우리는, 우리를 극진히 사랑하시는 하느님을 기쁘시게 해드리기 위하여 자신의 기쁨을 잊는다. 

 

[온종일] 

 

완덕은 좋은 느낌이 아니라 하느님 뜻대로 하는 데서 이루어진다. 

 

[하루를 마감하며] 

 

오, 주님. 

그 어떤 것도 이 밤의 침묵을 어지럽히지 못하게 하소서. 

그 무엇도 저를 겁주지 못하게 하소서. 

 

평범한 하루가 지나갑니다. 

솟구치는 기쁨도 없었고 

엄청난 환희나 신비한 환상도 없었습니다. 

물론 단맛도 보고 쓴맛도 보았지요. 

 

저에게 무슨 일이 닥치든지, 

나의 주 하느님, 

당신의 뜻에 제 뜻을 부합시키고자, 

그리하여 제가 스스로 뜻하지 않는 것을 

당신께서 뜻하시는 경우가 없게 하고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느님, 당신을 제대로 모시기만 하면 

저에게 아무 부족함이 없겠기 때문입니다. 

 

당신만이 홀로 저의 모든 것을 채워주십니다. - 아 멘 - 


제20일 

 

[밝아오는 아침에] 

 

뜻을 높은 데 두는 것이 우리 여정에 큰 도움이 된다. 

우리의 생각과 꿈에서 행동이 비롯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큰 욕망을 품는 것은 교만이 아니다. 

 

성인들의 삶과 행동은 흠모할 대상이지 모방할 대상이 아니라는 생각은 악마가 우리 속에 심어주는 것이다. 

 

영적 목표에 미리 한계를 정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성인들이 도달했던 높은 경지로 조금씩 나아가 마침내 그곳에 도달할 수 있다. 

 

그들도 굳게 결심하고 그 결심을 실천하지 않았다면 그토록 높은 경지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도 그들처럼 겸손할 필요는 있지만, 자신이 아니라 하느님을 믿고 담대하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 주님은 용감한 영혼들을 찾고 사랑하시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소심하고 지나치게 조심스럽고 지나치게 꿈이 작아서 

운명으로 주어진 우리 여정을 마치지 못하는 일이 없게 하자. 

 

너무 많이 그리고 너무 빨리 서둘러서 넘어지는 경우가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꿈이 너무 작아서 또는 실패가 두려워 출발조차 안 해서, 그래서 성공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온종일] 

 

희망을 너무 작게 품지 말자. 

 

[하루를 마감하며] 

 

오, 주님. 

그 어떤 것도 이 밤의 침묵을 어지럽히지 못하게 하소서. 

그 무엇도 저를 겁주지 못하게 하소서. 

 

어둠이 내려앉아, 당신 홀로 제 기도를 들으시는 이 시간, 

저로 하여금 큰 꿈을 품고 기도드리는 것을 겁내지 말게 하소서. 

 

당신 홀로 제 기도를 들으시기에, 

저에게 필요한 만큼 용감할 수 있고, 

제 꿈이 허용하는 만큼 담대할 수 있으며, 

당신 사랑이 요구하시는 만큼 충성할 수 있나이다. 

 

당신의 성인들을 흠모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들의 반열에 들고 싶습니다. 

너무 작게 희망하는 죄를 짓지 말게 하소서. 

 

하느님, 제가 당신을 모시면 

제 기도는 응답될 것이고, 제 꿈은 이루어질 것이며, 

따라서 저에게 부족함이 없겠나이다. 

 

당신만이 홀로 저의 모든 것을 채워주십니다. - 아 멘 -


제21일 

 

[밝아오는 아침에] 

 

우리 주님은 나를 위로하시려고, 영성생활에 꾸준한 진전이 없더라도 낙심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한때 열심을 내다가 금방 냉담해지는 나를 본다. 몸과 마음이 시끄럽다가 다음 순간 고요해지기도 한다. 여전히 나는 이런저런 유혹에 시달린다. 그래도 겁내지 말고 희망을 품어야 한다고, 하느님은 내게 일러주셨다. 

 

우리는 무엇이 우리에게 필요한지, 무엇을 청해야 하는지, 모른다. 우리보다 우리를 더 잘아시는 주님께 모든 것을 맡겨드리자. 겸손한 사람은 자기에게 지금 있는 것으로 만족하고 다른 무슨 특별한 은사를, 마치 자기가 당연히 받아야 하는 것처럼, 받을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주님, 이토록 오래 제 기도에 응답이 없고 당신을 찾는 일조차 거의 할 수 없는 경우에, 저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음을 고백하면서 철저하게 자기를 포기하고 다른 선하고 유익한 일에 이바지하는 것이 최선의 길임을 나는 안다. 어쩌면 우리가 자력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없는지를 배울 수 있도록, 우리 주님이 우리한테서 쉬운 기도의 은사를 거두어 가시는 건지 모를 일이다. 

 

다만 더없이 크신 주님의 밭에서 일하는 특권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알고 기쁨으로 위안을 삼자. 

  

[온종일] 

 

무력감에 젖는 것은 당연지사다. 

 

[하루를 마감하며] 

 

오, 주님. 

그 어떤 것도 이 밤의 침묵을 어지럽히지 못하게 하소서. 

그 무엇도 저를 겁주지 못하게 하소서. 

 

하루가 이렇게 저물어가더라도 

낙심하지 말게 하시고 건방을 떨지도 말게 하소서. 

 

영성생활 자체가 평탄한 길이 아닙니다. 

저는 무엇이 저한테 좋은지, 주어진 시간에 무엇을 청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릅니다. 

 

제가 열심을 내든 냉담하든, 마음이 평안하든 유혹에 시달리든, 

기도를 드리든 말없이 침묵에 잠기든, 그런 것은 전혀 문제가 못됩니다. 문제는 저의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든지, 어둠이 내릴 때 저의 형편이 어떠하든지, 겁내지 말고 한결같은 희망을 당신께 거는,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하느님, 당신을 제대로 모시기만 하면 

저에게 아무 부족함이 없겠기 때문입니다. 

 

당신만이 홀로 저의 모든 것을 채워주십니다. - 아 멘 - 


제22일 

 

[밝아오는 아침에] 

 

한번은 기도하는 중에 넓은 벌판에 서 있는 나를 보았다. 험상궂은 유목민들에 혼자 빙 둘러싸여 있었다. 창과 칼, 단도, 쇠꼬챙이로 무장한 그들은 당장이라도 나를 해칠 기세였다. 꼼짝 못하게 된 나는 죽음을 각오할 수밖에 없었다. 내 편을 들어줄 아무도 없이 나는 외톨이였다. 절망 속에서 어찌 할 바를 모른 채, 눈을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거기, 천국이 아니라 내 머리 위 높은 공중에, 그리스도께서 손을 벋어 나를 지켜주고 계셨다. 그러자 나를 에워싼 자들이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나를 해치려 하였지만, 내 머리칼 하나 다칠 수 없었다. 

 

처음엔 왜 이런 환상을 보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오래잖아, 그와 비슷한 적대자들에 에워싸여 있는 나를 보았고, 그 환상이 내 가련한 영혼을 해치려고 무장한 세상을 보여주고 있음을 깨달았다. 

 

나는 사방으로 포위되어 어찌 할 바를 모른 채 단지 눈을 들어 하늘을 쳐다보며 하느님께 부르짖는 나를 보았다. 동시에, 환상에서 그랬듯이, 하느님 아닌 그 누구도 내 편을 들어줄 수 없음을 기억했다. 

 

과연, 내가 힘든 시련을 당할 때마다 우리 주님은 누군가를 보내어 나를 도와주셨다. 그리하여 나는 누구에게도, 그 무엇에도 매달리지 않고 오직 주님이 기뻐하실 일에 힘쓸 수 있게 되었다. 

 

[온종일] 

 

하느님만이 나의 모든 것을 채워주신다. 

 

[하루를 마감하며] 

 

오, 주님. 

그 어떤 것도 이 밤의 침묵을 어지럽히지 못하게 하소서. 

그 무엇도 저를 겁주지 못하게 하소서. 

 

나의 주 하느님, 

제가 시련을 당할 때마다 

당신은 누군가를 보내어 저를 도와주십니다. 

 

당신이 언제나 거기 계시니, 제가 당신을 믿어 의지할 수 있나이다. 밖으로 에워싸이든, 안으로 찢어지든, 제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도무지 없음을 아는지라, 다만 눈을 들어 하늘을 쳐다보며 당신께 부르짖을 따름입니다. 

 

하루를 마감하며, 제가 겁낼 것이 하나도 없음을 알고, 

평안히 어둠을 환영하게 하소서. 

하느님, 당신을 제대로 모시기만 하면 

저에게 아무 부족함이 없겠기 때문입니다. 

 

당신만이 홀로 저의 모든 것을 채워주십니다. - 아 멘 - 


제23일 

 

[밝아오는 아침에] 

 

형제자매들이여, 그대들이 하느님께 “당신 뜻을 이루소서.”라고 말씀드릴 때 그대들 머리 위로 재물과 쾌락과 명예와 이 세상 온갖 좋은 것들이 소나기처럼 쏟아질, 그런 위험은 없다. 

 

그대들을 위한 하느님의 사랑은 망설여지거나 마음 내키지 않는 그런 사랑이 아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대들이 바치는 예물에 후한 값을 쳐주시고, 이 생에서라도 하늘나라 분깃을 차지하도록 너그러이 보상해주신다. 

 

주저 없이 “당신 뜻을 이루소서.”라고 기도한 사람을 하느님께서 어떻게 대하시는지, 그것이 알고 싶거든 예수를 보라. 게쎄마니 동산에서 그분은 진정으로 그리고 단호하게 그 기도를 드리셨다.  

 

형제자매들이여, 하느님께서 가장 사랑하는 자들에게 무엇을 주시는지, 그대들은 알게 되리라. 

 

보라, 예수의 기도가 어떻게 응답되었는지를― 십자가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실 때까지 그분에게는 시련과 고통, 박해와 상해(傷害)가 계속되었다. 

 

이 세상에 사는 동안 우리가 하늘로부터 받는 선물들이 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각자가 하느님을 위하여 품은 용기와 사랑에 따라서, 우리를 향한 애정의 표시로 우리에게 그것들을 주신다. 

 

뜨거운 사랑은 큰 시련을 견디고 미지근한 사랑은 작은 시련도 견디지 못한다. 우리가 지는 십자가의 무게로 우리의 사랑이 측량된다고, 나는 믿는다. 

 

[온종일] 

 

하느님께서 당신 아드님의 기도를 어떻게 들어주셨는지, 잊지 말자. 

 

[하루를 마감하며] 

 

오, 주님. 

그 어떤 것도 이 밤의 침묵을 어지럽히지 못하게 하소서. 

그 무엇도 저를 겁주지 못하게 하소서. 

 

하루가 저무는 이 시간, 당신 뜻이 저한테서 이루어지기를 겁내지 말고 기도하게 하소서. 하지만 당신 아드님의 기도를 어떻게 들어주셨는지, 그것을 기억하여 함부로 가볍게 그 기도를 드리지는 말게 하소서. 

 

세상의 재물, 쾌락, 명예 따위가 저에게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것을 기대하지는 않나이다. 하지만 당신 아드님의 기도를 들어주셨듯이 제 기도도 그렇게 들어주실 줄 믿습니다. 

 

그러하오니, 하늘에 계신 아버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님 뜻을 이루소서.” 하느님, 당신을 제대로 모시기만 하면 저에게 아무 두려움 없이 기도드릴 수 있나이다. 

 

당신만이 홀로 저의 모든 것을 채워주십니다. - 아 멘 -

 

제24일 

 

[밝아오는 아침에] 

 

아직 묵상기도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너무 잘해보려고 자신을 몰아치지 말 것을 주님의 사랑으로 권한다. 그 무엇도 겁낼 것이 없고, 모든 것에 희망을 걸 수 있다. 

 

하루아침에 완덕에 이르거나 위대한 성인들의 기쁨과 위안을 맛볼 수는 없겠지만, 그대는 하늘나라로 가는 길을 조금씩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하느님과 사귀면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그분과 은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다름 아닌 묵상기도다. 

 

누구든지 하느님과 사귀기 위하여 꾸준히 참고 견디는 자는 충분한 보상을 받는다. 많은 생각으로 기도의 내용을 채울 수 있고, 하느님에 대하여 오래 생각하면 자동으로 영적인 존재가 될 수 있으며, 그렇게 하지 못하면 실패한 것이라고 잘못 믿지 말라. 깊은 생각과 이해를 은사로 받았거든 다만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그대가 나와 비슷한 사람이라면, 주님이 그대에게 빛을 주실 때까지 참고 견디라는 것 말고, 들려줄 조언이 없다. 그대 자신을 하느님 앞에 내려놓아라. 그리고 그대가 가서 닿을 수 없는 것을 이해하려고 자신을 탈진시키지 말라. 

 

그대의 영혼을 책망하지 말라. 그대 영혼의 가치는 많은 생각에 있지 않고 많은 사랑에 있기 때문이다. 

 

[온종일] 

 

그 무엇에도 겁내지 말자. 

 

[하루를 마감하며] 

 

오, 주님. 

그 어떤 것도 이 밤의 침묵을 어지럽히지 못하게 하소서. 

여기 모여드는 어둠과 더불어, 저로 하여금, 

당신 계신 곳에서 편히 쉬게 하소서. 

 

그 무엇도 겁낼 것이 없고, 

모든 것에 희망을 걸 수 있나이다. 

 

하루아침에 완덕에 이르거나 

위대한 성인들의 기쁨과 위안을 맛볼 수는 없겠지만, 

저도 하늘나라로 가는 길을 

조금씩 더 잘 알게 될 것입니다. 

 

하루가 마감되는 이 시간, 당신 계신 곳에 제가 있음을 일깨워주소서. 저는 위대한 생각과 심오한 통찰로 당신 앞에 설 필요가 없습니다. 제 영혼의 가치가 많은 생각에 있지 않고 많은 사랑에 있으니까요. 하느님, 당신을 제대로 모시기만 하면 저에게 아무 부족함이 없겠습니다. 

 

당신만이 홀로 저의 모든 것을 채워주십니다. - 아 멘 - 


제25일 

 

[밝아오는 아침에] 

 

우리가 천 년을 산다 해도 하느님 앞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알 수 없을 것이다. 하느님의 뜻을 좇아서 무엇이든지 할 수 있고 하느님의 뜻을 이루어드리는 것만이 소원인 천사들조차 하느님 앞에서는 두려워 떤다. 그런즉, 기도하기 전에 잠시 멈추어 시방 우리가 누구에게 나아가 누구에게 말씀드리려고 하는 건지를 생각해보라. 

 

우리가 기도할 때, 누구에게 말씀드리고 있는 건지,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어떤 일인지, 감히 하느님께 말씀을 드리려는 자가 누구인지, 그런 것을 모른다면 아무리 많은 말을 우리 입술이 내놓아도 그것은 기도가 아니다. 

 

명상을 위하여 그대는 책을 읽어야 할 것이다. (지난 14년 동안 나는 독서 없이 명상할 수 없었다.)  마음을 모으고 다잡기 위하여 기도문을 암송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나는 마음의 기도를 끝내 드릴 수 없었던 한 자매를 알고 있다. 그녀는 때때로 동작을 멈추고 주기도문과 성모경을 암송할 뿐이었다. 우리 아버지께서 우리 모두를 같은 길로 인도하시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게 중요하다. 

 

자기가 가장 낮고 가장 작다고 생각한 사람이 하느님 눈에는 가장 높고 가장 클 수 있다. 

 

[온종일] 

 

지금 내가 누구 앞에서 누구에게 기도드리고 있는 건지를 잊지 말자. 

 

[하루를 마감하며] 

 

오, 주님. 

그 어떤 것도 이 밤의 침묵을 어지럽히지 못하게 하소서. 

그 무엇도 저를 겁주지 못하게 하소서. 

 

저로 하여금, 당신의 임재에 압도당하거나, 자신의 결함 때문에 할 말을 잃거나, 아니면, 늘 하던 익숙한 말들을 아무 생각 없이 늘어놓지 말게 하소서. 저와 함께 제가 드리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소서. 

 

하늘에 계신 아버지, 당신은 우리를 같은 길로 인도하지 않으십니다. 여기, 당신 계신 자리에서 당신께 말씀드리고자 하는 저의 마음과 함께 제가 드리는 말씀을 받아주시고 그것들을 당신의 사랑에 어울리는 진정한 기도가 되게 하소서. 

 

하느님, 당신을 제대로 모시기만 하면 

저에게 아무 부족함이 없겠습니다. 

 

당신만이 홀로 저의 모든 것을 채워주십니다. - 아 멘 -


제26일 

 

[밝아오는 아침에] 

 

어느 날 나는 이런 말씀을 들었다. “이 생을 사는 동안 네가 진정으로 얻어야 할 것을 얻는 길은, 내 안에서 큰 기쁨을 추구하는 데 있지 않고 내 뜻에 복종하여 따르는 데 있다.” 

 

형제자매들이여, 우리는 하느님께 속한 몸이니, 우리한테서 그분의 뜻이 이루어지게 해드리자. 될 수 있는 대로 우리의 이익과 우리 자신을 잊고, 하느님 손에 온전히 삶을 맡겨드려 그분께 바치는 우리의 선물로 삼자는 말이다. 

 

하느님을 참으로 섬기는 것은 우리의 기득권, 우리의 안락, 우리의 피상적인 행복, 마침내 우리 자신을 잊는 것이다. 

 

요점은 우리 가슴에서 자신을 비우고 그 자리를 하느님으로 가득 채우시도록, 우리 가슴을 그분께 선물하는 것이다. 

 

전능하신 아버지께서 창조주와 피조물을 연합하시어 

우리와 하나 되시고 우리를 변화시키시면, 

선물로 드린 우리 가슴에서 얼마나 큰 힘이 솟아나겠는가! 

 

이 하나 됨을 우리는 얼마나 갈망하고 있는가! 

그것을 성취함은 이 생과 내세를 아무 염려 없이 사는 것이다. 

거기에는 신성함도 없고 비전(秘傳)도 없고 신비스런 모습들도 없다. 온전히 하느님 뜻을 이루는 데 우리의 옹근 행복이 있다. 

 

그러나 하느님은 우리의 뜻을 강요하지 않으신다. 우리가 드리는 것만을 받으신다. 그런 까닭에, 우리가 우리를 온전히 하느님께 바치기 전에는 하느님도 온전히 우리의 하느님일 수 없는 것이다. 

 

[온종일] 

 

하느님의 뜻을 우리 삶으로 이루어드리자. 

 

[하루를 마감하며] 

 

오, 주님. 

그 어떤 것도 이 밤의 침묵을 어지럽히지 못하게 하소서. 

또 하루가 저물어 어둠이 몰려오는 이 시간, 

당신의 사랑하는 현존 앞에서 용기를 내게 하소서. 

 

제 삶을 당신의 것에 연결하여, 제 가슴을 비우고 

당신을 위한 방을 마련해드리는 일에 겁내지 말게 하소서. 

 

당신은 저에게 아무것도 강제하지 않으십니다. 

당신은 초대받고 환영받는 곳에만 가십니다. 

저에게는 지금 있는 것보다 큰 용기와, 

당신만이 주실 수 있는 힘이 필요합니다. 

 

제 가슴을 송두리째 당신께 바치는 선물이 되게 하소서. 

제 기도를 들어주소서. 하느님, 당신을 제대로 모시기만 하면 

저에게 아무 부족함이 없겠습니다. 

 

당신만이 홀로 저의 모든 것을 채워주십니다. - 아 멘 - 


제27일 

 

[밝아오는 아침에] 

 

맘대로 선택할 수 있다면, 나는 고난을 선택하겠다. 

그것이 예수를 모방하는 길이기 때문이 아니라, 나에게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예수 한 분을 위하여 모든 것을 버릴 수 있기 전에는 어떻게 고난이 은혜일 수 있는지, 그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이해 못할 것이다. 

 

우리가 한 물건에 집착하는 것은 그것이 값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버리기는 고통스런 일일 것이다. 하지만, 부질없는 것들을 많이 만들고 그것들에 매달리는 것보다 더 큰 상실, 더 큰 맹목, 더 큰 재앙이 어디 있겠는가? 

 

어느 날, 주님이 내게 말씀하셨다. 

“딸아, 나를 믿어라. 우리 아버님은 가장 사랑하는 자에게 가장 힘든 시련을 주신다. 시련의 무게와 하느님의 사랑은 비례한다. 내가 나에게 간절히 바라는 것을 너에게 간절히 바라는 것보다, 어떻게 너를 향한 내 사랑을 더 잘 보여줄 수 있겠느냐?” 

 

진실로 영적인 삶을 산다는 것은 우리 자신을 하느님의 종으로 삼아 십자가의 낙인을 받는 것이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베푸시는 은총 가운데 예수의 인도를 받아 살게 하시는 것보다 큰 은총이 없다. 

 

[온종일] 

 

시련의 무게와 하느님의 사랑은 비례한다. 

 

[하루를 마감하며] 

 

오, 주님. 

그 어떤 것도 이 밤의 침묵을 어지럽히지 못하게 하소서. 

이 고요 속에서 그동안 제가 의지해왔고 그 위에 제 삶을 설계해왔고 그것으로 희망을 삼아온 수천 가지 하찮은 집착들을 내려놓게 하소서. 

 

그동안 소중히 여기던 것들을 놓으려면 가슴이 아플 것입니다. 하지만, 부질없는 것들을 많이 만들고 그것들에 매달리는 것보다 더 큰 상실, 더 큰 맹목, 더 큰 재앙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그것들을 놓아버리면, 나의 하느님, 제가 당신을 온전히 모시게 될 것입니다. 다른 아무것도 저는 원하지 않습니다. 

 

당신만이 홀로 저의 모든 것을 채워주십니다. - 아 멘 - 


제28일 

 

[밝아오는 아침에] 

 

주님께 바치는 나의 사랑과 신뢰는, 그분이 비록 하느님이시지만 또한 사람이셨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부터, 내 안에서 자라기를 결코 멈추지 않았다. 그분은 우리의 연약함과 계속되는 잘못에도 놀라지 않으신다. 

 

비록 나의 주님이시지만, 나는 친구에게처럼 그분께 말씀드릴 수 있다. 나에게 그분은 세상 임금들 가운데 하나가 아니다. 세상 임금들은 자기한테 있지도 않은 힘을 행사하고, 정해진 때에만 모습을 보이고, 특별한 몇 사람만 그에게 말할 수 있다. 

 

어쩌다가 가난한 사람이 그를 만나야 할 경우에는 여러 번 신청을 해야 하고, 중간에 여러 사람을 거쳐야 하고, 이런저런 애로를 통과한 다음에야 겨우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나의 주님, 당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하여 우리는 누구의 도움도 필요치 않습니다! 

 

참 좋으신 우리 하느님, 참 좋으신 우리 주님, 당신은 얼마나 힘 있는 분이신지요! 당신은 진정한 친구, 함께 있으면 몸에 힘이 솟구치는 친구입니다. 당신이 저를 결코 실망시키지 않으실 줄 아는지라, 온 세상이 저를 등져도 능히 버틸 수 있습니다. 

 

오, 주님. 당신은 우리 편이시고 모든 일을 하실 수 있기에 만물을 당신께 복종시키십니다. 진리 안에서 순결한 의식으로 당신을 바라보며 걷는다면 우리가 겁낼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온종일] 

 

하느님은 친구, 나의 참된 친구시다. 

 

[하루를 마감하며] 

 

오, 주님. 

그 어떤 것도 이 밤의 침묵을 어지럽히지 못하게 하소서. 

못난 인간성을 모두 드러내고 

여기 당신 앞에 제가 서지만 겁내지 말게 하소서. 

 

당신은 하느님이시며 사람이시라, 

저의 연약함과 계속되는 잘못에도 놀라지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저의 하느님이시지만 또한 친구십니다. 

언제 어디서나 제 편에 서주시고 

저를 결코 실망시키지 아니하십니다. 

 

여기 몰려드는 어둠 속에서 

온 세상이 저를 등진다 해도, 능히 버틸 수 있나이다. 

 

하느님, 당신을 제대로 모시기만 하면 

저에게 아무 부족함이 없겠습니다. 

 

당신만이 홀로 저의 모든 것을 채워주십니다. - 아 멘 - 


제29일 

 

[밝아오는 아침에] 

 

고행이나 고통이 별로 심하게 느껴지지 않을 때, 천 년쯤 살며 하느님을 섬기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그리고 그 욕망을 실현할 기회가 생기면 마음의 순수성이 증명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욕망이 언제나 내 속에 머물러 있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어려운 일이 닥칠 때마다 내 영혼은 갑자기 비겁해지고, 너무나도 겁이 나서 감히 하느님을 위해 무엇을 할 엄두도 못 내기 때문이다. 

 

그대는 안 그런가? 한참 시련을 당할 때 나는 모든 것을 놓아버린 느낌이 든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내가 그러고 있는 줄도 모른 채, 어제 웃던 바로 그 물건에 잔뜩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어떤 날은 용기백배로 하느님을 위하여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가, 그 다음날 아주 작은 반대에 부딪치면 개미 한 마리 건드릴 수 없을 것 같아진다. 

 

아무도 나를 방해할 수 없을 듯한 날이 있는가 하면, 지나가는 말 한 마디에 의기소침하여 세상으로부터 멀리 도망치고 싶은 날이 있다. 나의 하느님, 당신이 잘 아십니다.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당신의 영예와 영광을 위하여 몇 가지 저의 꿈을 이루게 하소서. 

 

저를 목숨만 부지하는 자가 되지 말게 하소서. 

당신이 힘을 주시면 무엇이든지 참고 견딜 수 있지만, 

당신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온종일] 

 

하느님만이 변치 않으신다. 

 

[하루를 마감하며] 

 

오, 주님. 그 어떤 것도 이 밤의 침묵을 어지럽히지 못하게 하소서. 여기, 당신의 현존에 안겨 있으면서 저의 몸과 마음을 당신께 바친다고 약속하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일이면 다시 비겁해져서 오늘 밤에는 별로 중요하게 보이지 않던 물건에 잔뜩 매달릴지도 모릅니다. 이러는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당신의 영예와 영광을 위하여 몇 가지 저의 꿈을 이루게 하시고 저의 비겁함을 극복하게 하소서. 

 

제 가슴과 영혼 깊은 곳에서, 

하느님, 오직 당신만을 갈망하나이다. 

 

당신만이 홀로 저의 모든 것을 채워주십니다. - 아멘 -  

 

제30일 

 

[밝아오는 아침에] 

 

사랑 자체이신 나의 하느님, 당신 안에서 당신에 의하여 당신을 위하여 저 자신과 제 이웃을 사랑하게 도와주소서. 다른 어떤 피조물보다 훨씬 가깝게, 저의 하나뿐인 보물로, 저의 유일한 영광으로, 당신을 모시게 하소서. 

 

저를 향하신 당신의 온전한 사랑 안에서, 당신을 대면하는 천사와 성인들의 영원한 사랑 안에서, 제 영혼이 기쁨을 누리게 하소서. 

 

제가 제 짐을 기꺼이 지려고 하듯이, 제 이웃들도 자신의 짐을 기꺼이 질 수 있게 하소서. 당신 말고는, 자기들을 당신께로 이끌어주는 것들 말고는, 그 무엇도 상관하지 말게 하소서. 

 

무엇보다도, 저에게 하나의 영혼이 있을 뿐이요, 혼자서 맞아야 하는 하나의 죽음이 있을 뿐이요, 하나의 영원한 영광이 있을 뿐임을 언제나 기억하게 도와주소서. 

 

저에게 약속하신 대로 이렇게만 해주신다면, 이 세상 번잡한 모든 일이 저를 성가시게 못할 것입니다. 그 무엇도 저를 어지럽히지 못할 것입니다. 

 

[온종일] 

 

나에게, 삶은 그리스도요 죽음은 얻음이다. 

 

[하루를 마감하며] 

 

오, 주님. 이 밤의 침묵 속에서, 저 자신의 소란 때문에 자주 묵살되었던 이웃의 음성을 듣게 하소서. 

 

귀 기울이지 않아도 당신 음성을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음을 짓지 말게 하소서. 

 

이웃의 음성으로 당신은 저에게 말씀하십니다. 

제가 저를 사랑하듯이 이웃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제가, 당신의 도우심으로, 

저의 짐을 기꺼이 지려고 하듯이, 

저들도 저마다 자기 짐을 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이 세상 번잡한 일들이 아무리 많아도 

우리를 성가시게 할 수 없으리라고, 

우리를 어지럽힐 수 없으리라고, 

 

당신은 약속하셨나이다. 

하느님, 당신을 제대로 모시기만 하면 

저에게 아무 부족함이 없겠습니다. 

 

당신만이 홀로 저의 모든 것을 채워주십니다. -아 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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