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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82. 안국동 전신주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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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pocmc 작성일17-06-14 22:52 조회2,30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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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국동 전신주 할머니

 

 

   오ㅡ 주여, 나는 큰 죄를 범하였나이다.

 

   내가 일전에 안국동을 지나다가 본 그 할머니,

   전신주 앞에 넘어져가는 그 할머니,

   숨이 턱에 닿아 오르고

   수족이 힘을 잃어가는 그 가련한 할머니를

   나는 그냥 버리고 왔나이다.

   내가 다가서서 그를 안아 일으키고 또 어디로

   인도하고 싶은 그 양심의 운동을 짓눌러버리고 그냥 왔어요.

 

   그 죄로 나는 괴롭습니다.

   언제까지라도 나는 괴롭겠지요.

   이 죄의 값을 나는 언제까지나 받을 것입니다.

   나는 불안합니다.

   나는 괴롭습니다.

   나는 무겁습니다.

   나는 언제까지 이런 지옥에 살 것일까요.

 

   죽을 수밖에 없는 나를 용서하시고 건져 주세요.

   주께서 나를 용서하지 않으시면 나는 구원을 얻을 수 없나이다.

   주님이시여 저를 돕고 붙들어 주소서.

 

   주여, 나는 갑니다.

   당신에게 끌리어 나는 갑니다.

   가면 어떻게 하라실지 그 의향을 나는 모릅니다.

   그저 그냥 끌려 갈 뿐이옵니다.

   간 후에는 당신의 계획대로 하시겠지요.

   다만 그 계획에 고요히 순종하려고 가옵니다.

 



   배경 : 사랑을 행하지 않은 뒤에 떨어진 양심의 지옥 속에서 주의 건져주심을 구하고 더욱 주께 순종하기를 다짐함. 1929년 9월 어느 날 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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