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묵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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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pocmc 작성일17-11-02 23:56 조회5,45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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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기도회로서 통영 집회는 마치기로 된 것이나 기도 받기 원하는 이들을 위하여 10시 반까지 예배당에서 기도하고 집에 돌아와 조반을 먹으니 다시 기도를 받으러 온 이를 위하여 기도하게 되매 떠나려던 12시 차에는 떠나지 못하다. 이순신 충렬사(忠烈祠)에 참배하고 병중의 임정숙(林貞淑) 여사를 위문 기도한 후 3시 차로 사천 방향으로 가다.
5시 반경 사천에 도착하다. 사천 집회 시작.
이곳에서는 주님께서 어떻게 영광을 받으시려나이까. 나는 나의 할 일을 알지 못하오니 이것이 아버지의 뜻에 합당하나이까. 나의 할 일이었다면 이것이 도리어 아버지의 성의(聖意)를 막음이 될 때가 많겠나이다. 아버지시여, 시시각각으로 나를 감동시키시고 나를 부리사 아버지의 뜻을 나타내어 당신의 자녀들을 건지옵소서. 이곳에서 나를 저들에게 내어주시겠나이까. 성의대로 하시옵소서.
밤에 내가 한 묵시를 얻으니 내가 어떤 집회를 인도하게 되어 강단에 섰는지라. 웃옷도 안 입고 저고리도 안 입고 수치스러운 줄 모르고, 설교도 되지 않고 기도도 되지 않으나 그러나 성신의 도우심이 언제든지 나타나리라는 신념을 가지고 지내더니 얼마 후에는 좀 힘이 생겨서 설교를 시작할 때 어떤 청년들이(그들은 예전 서울 석교예배당에서 나에게 배우던 주일학교 생도들이었다) 나를 붙들어 포박(捕縛)하는 것이었다. 내 팔은 뒤로 묶이고 윗몸에는 속 셔츠, 아래 몸에는 해수욕복 같은 것을 입었을 뿐이라. 채찍으로 머리와 등과 다리를 마구 때린다. 그러나 머리칼 오라기로 때리는 것 같아 아픔을 느끼지 않게 됨이 이상하였다.
만인의 멸시 중에서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나가실 때의 형상을 느끼면서 무리들의 앞으로 나아갔다. 큰 도시의 대로를 지나서 얼마쯤 가다가 넘어졌는데 뒤에서 그 악당들이 마치 대포를 쏘는 것같이 무엇으로 쏘는데 그 속으로는 불이 나와서 나의 등에 펌프질을 하는지라. 나는 길에 넙죽 엎드려 뱀같이 기어 달아나려 하였으나 잘 안 되었다. 그러나 어떻게 몸을 빼어 도망칠새 이 골목 저 골목을 지나 어떤 작은 집의 문으로 들어가 부엌을 지나 뒷밭에 가 시체와 같이 엎드러져 있더니 옆에 길로 그 악당들이 따라와서 무한히 멸시하고 가버리는지라. 거기서 나와 어느 산으로 뛰어 올라갔다.
깨어보니 추야일몽(秋夜一夢). 너무도 신기하여 "오 주여, 나에게 십자가를 지워 주시겠나이까. 그러나 나는 그처럼 도망가려는 자식이로소이다" 하고 탄식하다.
1931년 10월 12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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