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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호의 작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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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pocmc 작성일17-10-26 23:30 조회5,31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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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종호 씨로부터(이어서)

   어제 병순의 병세가 시원치 않다는 소식을 듣고 지금 또 형님의 아현사건을 들은 나의 피는 몹시 끓습니다. 아우를 위하여 더욱더 기도하여주시고 병순이를 위하여 특별히 기도 많이 하여주시기를 바라나이다. 근작 시 몇 편을 좌에 씁니다. 

1931년 10월 4일

 

 

 

   시장 속의 예수


   나는 잠이 안 올 때에는 일어나서

   서울의 거리를 밤새도록 돌아다닙니다

   어느 날 밤에는 새벽 3시경에 나는

   '게다'가 다 잠든 남대문 통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어디선지 닭의 울음 소리가 내 귀에 들렸습니다

   이 빤빤한 콩크리트 울에 무엇을 먹고 살려고

   닭이 집을 지었을까 하고 나는 놀랬습니다

   그러나 나는 곧 알았습니다

   그 닭이 남대문시장에 팔려와서

   죽기를 고대하는 닭이라는 것을!


   잠깐 후에 내 눈물은 흐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오 주님이시여, 우는 닭이여,

   너는 너를 죽이려는 칼을 품은 자에게 향해서도

   일어날 때라고 때를 알려주는구나!

   죽는 순간까지 너는 네 직책을 다하여!

   오 주님이시여, 우는 닭이여,

   나는 당신의 울음 속에서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의 목소리를 들었나이다



   회개


   '회개'란 성냥을 그어 내 마음에 대니

   내 마음에 든 가연성의 물질이 모두 팁디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내가 금이라고 여러 번 싸두었던 것이 타고

   곱게 싸두었던 다른 보물도 타요!


   나는 아깝고 원통하여 울었습니다

   울다가 그 불에 꺼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보물을 다 태워버리면 밟을 굶을 듯하여

   나는 그 불을 꺼버렸습니다


   타는 대로 모두 태워버렸으면

   성인(聖人)이 될 것을

   굶어 죽을까봐 속(俗)을

   채 벗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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