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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묵상집

가슴에 떨어진 두 곡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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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pocmc 작성일17-10-23 23:55 조회2,55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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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밤 10시쯤, 어두운 산비탈을 기어올라 환한 서울 거리를 향해 앉았다. 나는 찬송을 부르기 시작했다.

 

   내 주를 가까이 하려 함은

   십자가 짐 같은 고생이나

   내 일생 소원은 늘 찬송하면서

   주께 더 나가기 원합니다

 

첫 절이 끝나고 둘째 절을 부를 때는 눈물이 흘러나왔다.

 

   내 고생하는 것 옛 야곱이

   돌베개 베고 잠 같습니다

   꿈에도 소원이 늘 찬송하면서

   주께 더 나가기 원합니다

 

   천당에 가는 길 험하여도

   생명길 되나니 은혜로다

   천사 날 부르니 늘 찬송하면서

   주께 더 나가기 원합니다

 

   야곱이 잠 깨어 일어난 후

   돌단을 쌓은 것 본받아서

   숨질 때 되도록 늘 찬송하면서

   주께 더 나가기 원합니다

 

   이 찬송을 몇 ​번이고 계속해서 부른 다음 산을 내려왔다. 마당에 들어섰을 때, 어딘가 나가 계셨던 목사님이 문턱에 걸터앉아 계셨다.

   '왜 주무시지 않고 계실까?'

   그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아, 변 선생이 조금 전에 산에서 찬송 불렀소?"

   "예."

   "그래, 나는 그 찬송소리를 듣고 너무 맘이 서글퍼서 자리에 누웠다가 이렇게 일어나 앉았소. 용구가 그 찬송을 끔찍이도 좋아하더니만……."

   말을 맺지 못한 그의 입에서 긴 한숨이 흘러 나왔다. 어둠 속에서 그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2.

   가을이 깊어만 가는 어느 날 저녁, 기울던 가을 해가 서산에 지고 있었다. 산비탈의 목사님 집은 이미 그늘에 잠기고 먼지에 가득 찬 햇살이 마지막 빛을 독립문 위에 겨우 쏟아놓고 있었다. 목사님은 때때로 생각날 때면, 찬송가를 타시려고 거문고를 내려 들고 앉으셨다. 이 거문고는 목사님이 정말 아끼는 것이었다. 늘 타시던 찬송을 한 곡 타신다. 그때 곁에 앉아 있던 아들 영철 군이 마주 앉는다.

   "내가 노래를 부를게 아버지는 곡조를 타세요."

   그러더니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거문고의 곡조에 맞춰.

 

   오 내 사랑 그리운 벗이여 벗이여

   가을이 벌써 가고 겨울이 와

   붉었던 단풍잎 헛되이 지나니

   오 이 세상 이같이 거칠었다

 

   첫 절 마지막에 이르러 아들의 음성이 파르르 떨렸다. 아버지의 손끝도 떨리고 거문고 줄이 사르르 떨리며 비명(非鳴)을 내었다.

 

   오 내 사랑 그리운 벗이여 벗이여

   여름이 벌써 가고 가을 깊어

   붉었던 단풍 잎이 헛되이 지나니

   오 이 세상 이같이 쓸쓸하다

 

   오 내 사랑 그리운 벗이여 벗이여

   너를 찾는 이 내 맘 방황한다

   그리워 나의 맘 덧없이 우노니

   나는 간다 그리운 너를 찾아

 

   3절의 마지막 '나는 간다 그리운 너를 찾아'에 이르러 그만 아들의 음성이 울음에 젖어 들었다. 노래를 부르던 아들의 고개가 숙여졌다. 곁에서 거문고 줄에 손을 얹고 있던 아버지도, 그 곁에서 듣던 사람들의 눈도 다 눈물에 젖어 있었다. 그리고 모두 다 고개를 아래로 떨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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