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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호의 작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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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pocmc 작성일17-10-27 23:56 조회2,60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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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내 영

 

   정열과 직감이란 살은 다 떨어지고

   이지(理智)와 비판안(批判眼)의 싸늘한 뼈만 남은

   꼴사납고 열 없는 나의 영을 살필 때

   가긍(可矜)하고 불쌍해서 나로서도 웁니다

 

   하나님이 오시면 마귀를 불러오고

   마귀가 찾아오면 하나님께 달려가

   하나님과 마귀를 좌우에다 놓고서

   이 말에도 저 말에도 나는 안 속는다고

   하나님의 말 듣고 마귀께 평구(評求)하고

   마귀가 유혹하면 신께 보고만 하여

   이 말도 내겐 무용 저 말도 안 믿겠다

   아무런 말이라도 들어 믿을 염(念) 않고

   천군 나팔 불어도 달려갈 열심 없고

   마귀 눈짓하여도 가볼 생각 안하고

   손에다 저울대만 쥐고 앉아있어서

   달아보기만 하는 얄미운 내 영이라!

 

   하나님이 책하시면 마귀 뒤에 가서 숨고

   마귀가 삼키려면 신께 구조 청하는

   여기 붙고 저기 붙는 박쥐와도 같은 영

   천(天)에서도 지(地)에서도 다 살려는 양서류(兩棲類)

   하나님을 조롱하고 마귀를 코웃음 해

   여기서도 저기서도 몰려 쫓기는 내 영!

 

   아무 짓을 다 한대도 지금이야 뭘 하랴마는

   세월이 흘러가서 이 육신이 죽어져

   천당과 지옥이란 어느 한 집 속으로

   안 들어가면 안 될 그때가 이른다면

   어디서나 내밀치는 뭇 접할 곳 없는 영!

   얄밉고 가증하고 요망하던 내 영은

   누구 찾아갈까요 어디 찾아갈까요

   눈 오고 하늬바람 혹혹 부는 그 밤에!

 

   잘못인 줄 몰라서 그러기나 했다면

   그래도 어느 신이 가석(可惜)히 볼지나

   정신이 말똥말똥 눈이 올농 하여서

   가장 똑똑하다면서 이 모양으로 사니

   내 영을 어떻게 해요, 알고 망하는 이 영

   이 영을 어찌해요 오, 그날 그때에!

 

 

   거룩한 희생자

 

   조반을 먹으며 나는 한 거룩한 물건을 보았습니다.

   꿰진 빗자루!

   그는 내 집에 와서 더러운 먼지와

   지저분한 모든 것을 치워주느라고

   살이 떨어지고 배가 꿰지고 뼈가 부스러져

   내 집에 들어올 때의 성서하던 그 모양은 없어지고

   꼴사나운 뭉수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오, 너, 거룩한 희생자! 진실한 봉사자!

   꿰진 빗자루!

   주여, 나를 한 개 빗자루로 만들어주소서

   그리하여 마귀가 뿌리는 악독한 먼지를

   이 지상에서 쓸어내는 일에 참가하게 하소서

   그 일에 내 몸이 꿰지고 달아져

   청결통에나 벽 아궁에 들어갈 때까지

   나의 사명을 완전히 다할 수 있는

   충직한 빗자루로 만들어주소서!

 

 

   나의 기도

 

   목사 강도 들으며 예배할 때도 내 마음은 해변가에 물 구경하고

   새벽기도 한다고 회당 가서도 하나님 한 번 찾고는 후에는 딴 생각

   전후와 좌우에서 높아 가건만 신 앞에 참회하는 통곡의 소리

   내 마음은 더욱더욱 딴 길로 들어! 이 속에 시 재료나 하나 없을까!

   예배에도 기도에도 막 침입하는 시상이란 이것이 사탄일까요!

   오, 두렵소이다 사탄이라면 나는 어찌 이것을 버려볼는지!

   내 믿음 내 힘으론 못 버릴 듯해요 오 주여, 이 몸을 돌아보소서

   주의 일을 한대도 나는 시로써 마의 종이 된대도 나의 시로써!

   나에게는 아무 물건 아무 힘 없소 변변치 못한 범속(凡俗)의 시사

   이것이 나의 힘의 전부이외다 이것이 내 소유의 전부이에요!

   오 주여, 이 몸을 불러주소서 오 주여, 이 혼을 감시하시사

   한 구절 한마디가 모두 주 뜻에 어그러짐이 없고 신성(神聲)이 되어

   말라가는 이 강산 주린 영들에게 일시반(一匙飯) 일적수(一適水)가 되게 하여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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