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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기도단 일화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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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pocmc 작성일17-10-28 21:53 조회2,67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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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종호는 1931년 가을 이용도의 집에서 잠시 나와 평양기도단이 있는 평양으로 올라간다. 기도단원들과 있었던 이야기들을 몇 가지 들어보자.

 

   내가 있는 한 달 동안에 평양에는 많은 일이 일어났다. 서문밖교회에서는 그 교회의 열심 있는 신자들을 중심으로 각 교회의 동지들이 모여 기도하는 일이 있엇는데 세상 사람은 이것을 기도단이라 불렀다. 모여서 너무나 기도를 많이 한다고 해서 빈정대는 투로 이렇게 부른 것이었다. 그 교회 근처를 지나는 사람은 누구나 기도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다.

   하루는 어느 친구가 점심을 먹자고 해서 국수집에 들어갔다. 공교롭게도 그 안에는 열심 있는 신자들과 기도단원 몇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음식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며 찬송 기도를 하자고 한다. 사람이 잔뜩 모인 좁은 집에서 7~8명이 찬송가를 크게 부르고 집이 떠날 것 같은 큰 소리로 기도를 30~40분 동안이나 계속하니 그곳에 있던 손님들이 모두 다 일어서서 젓가락을 든 채로 구경을 한다. 감격과 조소의 탄성 속에서 그들도 넋을 잃고 구경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때의 평양을 얘기하려면 김영선 씨를 빼놓을 수 없다. 용도 목사님을 통해 중생한 그는 아예 모든 생활을 주님께 맡기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상점을 다 정리하고 전도를 시작했다. 한길에서 울며 전도하고 정거장 한복판에 엎드려 큰 소리로 기도를 드리는 것을 보통으로 하였다.

   더욱 유명한 얘기는 그의 술집 전도였다. 술집에 들어가서는 손님이 마시는 술 주전자를 집어 던지고 전도를 한 후 술값을 대신 물어주곤 했다.

   그는 새벽 5시만 되면 어김없이 일어나 '예수행상(行商)'을 떠났다. 좀 이상하게 들릴는지 모르지만 사실은 이 예수행상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전도방식이었다.

   새벽에 집을 나서면 그는 온 평양 시가를 누비는 것이다. 그리고 목청을 높여 "예수 믿으시오, 예수요", "이 악한 세상에서 죄를 회개하고 예수를 믿으시오"하고 외쳤다. 이 외침은 펵이나 우습게 들리기도 했다. 당시 서울거리에서 "생선비웃 사려" 하는 장사꾼의 큰 소리나 '용천제박하"를 사라는 시골 행상인들의 고함소리와 비숫했다. 그러나 그의 떨리는 음성에 귀를 기울이고 찬 바람 부는 어두운 새벽거리를 어정어정 걷는 그의 고개 숙인 모습을 본다면 웬일인지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며칠 동안 그의 뒤를 멀찌감치 따라 새벽 거리를 걸은 적이 었었다. 그는 몇 걸음 걷다가 멈취 서서 "예수 믿으시오" 하고 외치고 나서 잠깐 그 자리에서 머리를 숙이고 잠든 거리를 향해 기도를 드린다. 순찰하는 순경이 "웬 사람이냐?"고 다그쳐 물어도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저 기도만 할 뿐이었다. 나는 좁은 골목에서 흘러나오는 비웃음과 욕하는 소리도 들어보았다. 그러나 말없이 대답 없이 어정어정 걸어가는 그의 대답은 오직 하나였다.

   "예수 믿으시오" 하는 부르짖음과 축복의 기도. 욕을 퍼부어도 조소와 비웃음이 그를 맞아도 그의 변함없는 대답과 어정어정 걷는 처량 거룩한 모습은 마침내 뒤따르는 나를 길가에 주저 앉혀 울게 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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