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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묵상집

간도의 대적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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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pocmc 작성일17-11-04 09:50 조회2,84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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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천농(李天農) 씨에게

   형님의 편지는 나를 또 울렸소이다. 나의 피는 뛰고 눈물은 쏟아졌나이다. 감사의 눈물과 비분의 눈물이었소이다. 그리고 또 주께 저들을 위하여 간구하는 눈물이었소이다. 그러다가 피를 토하고 죽는 날이 우리의 완성의 날이겠지요. 우리의 육신이 저희들 목전에서 저희들 손에 살이 찢기어 지는 그 날에 우리는 장쾌하게 예수님의 최후의 말씀 "다 이루었다"를 부르짖고 승천하겠지요. 우리는 이제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를 비통하게 부르짖고 십자가 상의 벌거벗은 몸의 최후를 마치신 그 예수를 따라갈 뿐이외다. 여하간 우리의 피의 한 방울이 떨어지는 그날이라야 우리의 일은 다 이루는 날이니 오늘 와도 좋고 내일 와도 좋을 것이외다.

   사업 성취에 있지 않고 다른 사람 인도에 있지 않고 모임에도 있지 않고 설교에도 있지 않고 나 자신이 죽는 날에 우리의 완성은 있으외다.

   간도에 성화가 폭탄같이 폭발되어 전 조선을 흔들고 세계를 흔들어, 그때에야 세계는 새로운 놀라운 눈으로 대지 동쪽 한 구석에 눈을 돌리고 경이의 가슴을 부둥켜 안고 주님의 앞에 새로이 몸을 굽혀 경배할 것이 아닌가 하나이다.

   이 일을 위하여 몇 생명이나 간도 천지에서 장쾌(壯快)한 피를 뿌릴 건가. 네냐, 내냐. 누가 그 진주문(眞珠門) 들어갈까. 훗날에 누가 그 영화를 맛볼까. 네냐, 내냐. 그것이 우리의 진주문이요. 우리의 영화로소이다.


   오주여, 나는 이 진주문 앞에서 떨고 서있는 자식이 아니오니까? 나의 생명을 지키고 두려워함은 이 내가 아니로소이다. 영생할 내가 아니옵고 영멸할 내로소이다.

   주여, 어서 나에게 망할 것을 망케 해주시고 흥할 것을 흥케 하옵소서. 이 영은 이 육을 먹어야만 흥할 것이오이다. 이 육은 이 영을 위하여 있었소이다. 나의 영은 이 육을 다 먹어 삼킨 후에야 승전고를 울릴 것이로소이다.

   오 주여, 지금 나의 천국 진주문은 가까이 도래하였나이까? 나를 그 속에 집어 넣어주옵소서. 성의대로만 하옵소서. 아멘.


   사천서 지금 이 편지의 몇 절을 읽고 기도했는데 불이 붙었나이다. 통영서도 어지간치 않은 모양인데 내가 약하였고 불순종이 많았나이다. 여기서는 주께서 나를 찢어 저들에게 살과 피를 먹이시려는지 모르겠나이다.

   형님! 일전 편지를 써서 평양으로 원산으로 거쳐서 형님에게 가게한 그 글에 자세한 말을 썼으니 그 편지가 가면 아시겠지만, 삼방서 상경하여 아현성결교회 집회를 맡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조선서 가장 성스럽고 은혜가 깊다고 자랑하는 그들의 본부, 아현성결교회! 학원, 선생, 학생들이 다들 끓은 데가 아닙니까.

   월요일 새벽에 시작하여 금요일 밤 12시에 축출을 당하였답니다. 밤중에 그 교회 전도사에게 축출을 당하고 책보 끼고 무악산 허리를 타고 송림(松林)으로 나는 들어갔으니 은근한 주의 품이 더욱 그리웠음이었습니다. 그때 쫒겨날 때 퍽 감사하고 좋았습니다. 생전에 처음이지요. 기한 전에 쫒겨나기는. 참 굉장하였소이다.

   기도실 하나 지으려면 얼마나 듭니까? 나도 좀 연보 해야지.

   나의 입간(入間) 문제는 어찌될지 지금 경성지방에서 단단히 굴레를 씌우려는데. 그러나 성의가 계시면 빼어주겠지요. 병순(秉順)이 경과가 좋지 않은 모양이라는데 차라리 입간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간도의 바리새 교인, 바알의 선지자들에게 한번 성령의 쇠몽둥이가 떨어져야겠습니다. 머리를 못 들고 존전(尊前)에 꺼꾸러지기를 다메섹 노중(路中)의 사울과 같이.

   송죽 모친 만났소이다. 재미있는 이야기 많이 듣고 감사했소이다 ​.

 

1931년 10월 13일 석양

 

 

   오늘 편지에는 "저희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이용도나 이호빈에게 상징적 죽음의 위협을 느끼게 하는 이들이다. 이들은 그렇게 함으로 이용도나 이호빈이 예수의 뒤를 더욱 절실히 따라가게 해주는 이들이기도 하다. 이들은 간도에 있는 무리들이다. 이용도의 부흥회 후로 간도에서 교회들마다 기도하는 이들이 무섭게 늘어났다고 했는데, 이런 변화를 막아서고 나선 이들이었는지 모른다.

   자기의 대적자들에게는 잠잠하던(시무언) 이용도는 동지의 피를 노리는 이들을 두고는, "바리새 교인, 바알의 선지자"라는 적나라한 비판을 아끼지 않고, "성령의 쇠몽둥이가 떨어져야겠습니다"라며 뚜렷한 '적'인식을 나타낸다. 자기의 대적에게는 대꾸하지 않지만 동료의 대적에게는 가슴이 적극적으로 동하는 것을 알 수 있으니, 이것도 사랑이라.

 

 

"주님, 나의 이름보다 친구의 이름을 아끼는 사랑을 가르쳐주시옵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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