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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성신학교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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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pocmc 작성일17-11-05 23:48 조회2,73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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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종호와 이호빈에게 보낸 편지에서 반복 언급되는 '아현사건'은 무엇일까? 그 전모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협성신학교 사건'을 살펴보아야 한다.

 

   이용도가 감리교회 경성지방 순회목사로 파송되었다는 점은 그가 서울에서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계기를 놓는 것이었다. 불덩이가 서울에 놓였으니 서울에 불이 붙지 않을 수 없었다.

   1931년 9월 24일 목요일. 협성신학교에서 이용도를 모셔서 27일까지 집회를 열었다. 용도가 설교와 찬송과 기도를 맡고 진행은 사회자가 보는 방식이었다.

   이번 4일간의 부흥회에서도 "영의 큰 움직임"이 나타났다. 기도에 불이 붙게 된 것이다. 용도 목사가 설교를 마치고 학생들과 기도를 시작하자 그 기세가 너무도 열렬하여 사회자가 당혹스러움을 느낄 만치였다. 이렇게 폭발적인 기도는 학생들도, 사회자도 처음이었다.

   예배가 끝나자 사회자는 용도 목사에게 와서 살며시 귀띔을 던졌다.

   "학생들이 너무 기도를 합니다. 기도를 조금만 하고 좀더 간단히 해주시기 부탁 드립니다."

   그리고 다음 예배가 시작되었다. 친송과 설교가 끝나고 기도 시간이 되었다. 사회자는 긴장한 눈빛으로 장내를 둘러본다. 그러나 학생들의 기도는 폭발한다. 기도 때문에 야단야단.

   저녁 집회가 끝났다. 학생들은 총총 기도실로 들어갔다. 기도실은 밤10시면 닫았다. 밤새워 기도할 기세였으나 선생이 와서 그들을 숙소로 돌려보냈다. 끌려가면서 우는 이들은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양들과도 같았다.

   "그렇게 크게 기도하면 지금은 잠잘 시간인데 다른 학생들의 잠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냐? 학교의 규칙에 순종하는 법을 배우거라. 기도도 너희 몸을 돌보면서 하는 거야."

   방으로 돌아온 학생들은 기도의 불씨가 행여 꺼질세라 그대로 있는 것이 불안했다. 규칙도 규칙이지만 도저히 안 되겠어서 숙소를 몰래 빠져 나와 뒷산으로 올라갔다. 이 사실을 안 선생은 그들을 뒤좇아 산으로 갔다.

   "내일 집회가 있지 않은가! 잠을 자야 내일을 힘차게 맞이할 것 아닌가!"

   겨우 학생들을 데리고 온 뒤에는 문밖에다가 지키는 사람을 세우고 기숙사 입구를 열쇠로 채워버리는 것이었다. 그러자 방에 갇힌 학생들은 들창문을 열고 뛰쳐나갔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반항도 원망도 아니었다. 다만 기도의 불길이 수그러들까 두려웠다. 기도의 맛이 황홀하였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음식이나 가장 멋진 관광지나 가장 예쁜 여인이나 가장 높은 자리도 지금의 이 기도 맛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뛰는 심장보다 빠르게 학생들은 무악산 꼭대기로 뛰어올랐다. 거기서 기도로 밤을 흔들어 깨웠다. 사랑하는 여인과 밤새워 대화하는 것보다 더 달콤하고 유쾌하고 뿌듯한 흡족함이 주님과 밤을 지새울 때에 넘쳐났다.

   학생들이 하나 둘 숙소를 빠져나가자 사감 선생은 각 방을 조사했다. 허다한 방이 텅 비었다.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선생은 학생 하나를 붙잡고 다른 애들이 어디에 있는지 캐물었다. 무악산이라는 것을 알아낸 뒤에는 학생을 앞에 세우고 그 산으로 들어가 잠든 야밤을 흔들어댔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신학도들의 기도를 은밀한 날개 아래 감추어주심으로 사감은 학생들을 찾지 못했다. 차마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성령의 임재를 체험한 학생들은 기도욕구를 주체할 수 없었다. 집회마다 찬송과 설교로 기도의 화약이 장전되고 기도시간에 성령의 화염이 무서운 힘으로 치솟았다. 저녁 집회 후에는 기도실에서 기도를 먹고 마시다가 10시가 되면 사람의 눈을 피해 무악산으로 가서 다시 밤새 기도를 먹고 마셨다.

 

   협성신학교의 4일 집회는 이런 식으로 끝이 났다. 그런데 학생들의 기도열에 대한 소식을 접한 가까운 곳에 있는 "성결교회의 본부이자, 현대 교회 중에 가장 복음적이요, 성결한 은혜에 산다 하는" 아현성결교회가 용도를 막 강권하여 붙들어다 강단에 세웠다. 쉴 틈도 없이 다음날 새벽부터 아현교회에 서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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