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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평이 떠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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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pocmc 작성일17-11-20 17:20 조회2,76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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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밤 피도수 집에 가서 나에 대한 세평(世評)과 피 군의 권고를 감청(甘聽)하였다. 아, 군(君)도 주님 앞에서 좀더 어리석어졌으면 하였다. 세상은 자기의 지혜로 스스로 꺼꾸러지는 것이었구나. 교계의 왕자들은 나를 가시같이 여기는구나.

   집에 오니 모친님과 순례가 와서 계신다. 순례의 사정, 내 마음을 답답케 함. 형언할 수 없다. 마귀는 우리를 크게 시험하나 주 또한 우리를 크게 도우시리로다​.


1931년 11월 20일 (금)

 

 

   황해노회의 결의는 생각보다 여파가 컸다. 한 번 터진 악소문의 봇물은 황해도를 넘어 평양으로 서울로 퍼져나갔다.

   피도수 선교사는 황해노회의 결의만 아니라 이를 들은 사람들이 하는 말까지도 유심히 귀를 기울였다. 신중한 그는 이용도에게 조심하도록 권고했고 이용도는 '감청'했다. 훗날 피도수는 이용도에 대한 교계의 비판에 대해 아래와 같이 소개했다.


   사람들은 그가 공개적으로 목사들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에 대하여 반발하였다 … 그들은 예배 후 기도시간에 그가 불을 끄게 했다고 하면서 그의 명성을 더욱 퇴색시켰다. 또 그들은 그가 여신도들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그의 명성에 흠을 냈다. 그들은 그가 교인들로 하여금 이상한 교리에 관심을 갖도록 했고 교인들은 평안하게 하지 않고 흥분을 시켜 눈물을 흘리게 한다고 비판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많은 교회로부터 몰려났다. 이런 비난들은 그의 신중치 못한 행동으로부터 발생된 것이지 그의 행동에 죄가 있었기 때문은 전혀 아니었다. 하지만 결과는 비참한 것이었다. 시무언이 비난했던 목사들은 사실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비난을 하더라도 개인 혹은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비공개적으로도 할 수 있었겠다. 기도를 위해 방을 어둡게 하는 데는 심리학적으로도 일리가 있고 선례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조선의 교회와 사회에서는 이에 반대하는 다른 중요한 이유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 목사의 사역 대상에 양떼의 일부인 여신도들을 포함시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조선의 예의범속을 좀더 신중히 지킬 수도 있었을 것이다.


   피도수의 판단이 대체로 황해노회의 다섯 근거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1931년 11월 20일 피도수가 이용도에게 했던 권고는 이와 비슷했을 것이라 예상된다.

   그러자 이용도는 피도수에 대해,


   아, 군(君)도 주님 앞에서 좀더 어리석어졌으면 하였다. 세상은 자기의 지혜로 스스로 꺼꾸러지는 것이었구나. 교계의 왕자들은 나를 가시같이 여기는구나.


​   이용도는 피도수가 인간적인 계산을 좀 줄이기를 바란다. 피도수는 '좀 조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용도는 "교계의 왕자들"이 자기를 가시같이 여기고 있음을 듣는다. 그들은 이용도가 죄를 책망하고 회개를 외치는 것 그리고 교단을 초월해 성도들의 관심을 차지하는 것을 팔짱끼고 구경만 하지 않았다. 이용도는 악의를 품지 않고 땀과 눈물을 쏟았는데, 그들은 악의를 품었고 이용도가 없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오늘 우리는 이 "교계의 왕자들"이 누구신지 모른다. 황해노회와 관련이 있는지 아니면 없는지 그런 것은 모른다. 다만 한 가지는 안다. 그때 유명했던 그들은 오늘 완전히 무명하여 아무 가치가 없게 되었고, 그때 세상에서 한 자리 상급을 차지했던 그들은 결국 저 세상에서는 아무 상급이 없었을 것이란 점이다.

   "교계의 왕자들"의 존함도 얼굴도 아는 바가 없으나 그들이 끌어내렸던 이용도의 글과 정신은 짓밟고 짓밟아도 그 불씨가 다하지 않고 점점 크게 타오르고 있다. 그러니 어느 쪽이 진정 진실한 자였는지는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지금도 "교계의 왕자들"은 살아 있다. 오늘 우리는 세 가지 선택이 가능하다. 하나, 명예와 물질과 권력을 쥔 교계의 왕자가 되기 위해 힘쓰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상을 받고 저 세상에서는 화를 받겠다는, 지금 시대에는 유명하고 다음 시대에는 유죄하겠다는 선택이다. 어느 시대에나 이것이 가장 인기 있으나, 주가 다시 오실 때에 망하는 것이기도 하다. 둘, 이용도처럼, 교계의 왕자든 거지든 주 예수와 그의 말씀만이 다스리게 하는 것이다. 셋, 교계의 왕자들에게 잘 보여 자리 하나 꿰차는, 즉 차분한 표정 아래로 음흉한 속을 감추는 것이다. 주님은 그가 그런 마음을 먹었을 때부터 전부 보셨다.

   혹 현재 자기가 '교계의 왕자'로 자처 혹은 행세하고 있는데 하나님의 은혜로 이용도의 글을 읽었다면, 속히 낮은 자리로 자진하는 것이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게 좋은 길임을 '감청'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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