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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묵상집

무악산상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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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pocmc 작성일18-01-03 22:29 조회2,53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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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새벽 일찍이 일어나신 목사님께서 나를 부르셨다. 신촌에 가시려는데 같이 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바로 길을 나섰다. 좋은 길을 두고 수풀을 헤치며 무악산을 넘어 길도 없는 바위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좀 험하지만 가까운 길을 택한 것이다. 슬슬 목사님의 입에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였다. 아니, 이것은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나에게 주시는 훈계요, 경고요, 부탁이었다. 당시의 참담한 교회 형편과 신자와 교역자의 신앙 상태를 설명하시다가,

   "변 선생에게도 기회가 있으면 한번 조용히 얘기를 하려고 했었는데 오늘 마침 기회가 생겨서 말하는 것이외다. 첫째, 우리는 좀더 경건해야겠고, 둘째, 전체를 오로지 주께 바치는 생활이 있어야 하겠고, 셋째, 참된 사랑과 뜨거운 신앙 속에서 살아야겠어요. 내가 많은 사람을 사귀고 또 많은 사람이 내 집을 드나들기도 하지만 내가 그들을 사귀는 것은 그들을 가까이해서 덕을 보려거나 사업에 욕심이 있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지요. 그저 마음이 외롭고 배가 주려 찾아오는 그들이매, 나는 눈물로 동정하고 사랑하는 것이외다.

   변 선생, 나는 변 선생을 누구보다도 더 사랑하지요. 그러나 그것은 변 선생이 잘났거나 재주가 있다거나 앞으로 크게 될 희망이 있다고 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저 내가 보기에는 외롭고 불쌍해 보이기에 나는 손을 마주 잡고 동거동락하기로 생각한 것이오.

   지금 변 선생을 가장 사랑하는 나의 마음이 변 선생을 향해 부르짖는 것은 '우리는 좀더 경건하고 전체를 주께 바친 후 사랑과 믿음 안에서 살자'는 것이외다. 나도 잘 먹고 잘 입고 몸이 편하면 좋은 줄은 아는 사람이오. 그렇지만 오늘날 이 형편에서 차마 양심이 허락하지 않아 그런 생활을 못하는 것이오. 내가 만일 집안이나 처자를 생각한다고 해서 몇푼씩이라도 저축할 마음이 있었으면 벌써 한 돈 만원은 모았을 것이오. 그러나 어느 책갈피에 돈 1원이라도 넣어두고서는 사람 앞에서 사랑을 말할 수가 없고 양심상 어쩔 수 없어서 이렇게 돌아다니는 것이외다. 이제 변 선생께 부탁하는 바는 '우리는 좀더 경건하게, 좀더 참되게, 좀더 깨끗하게 살아가자'는 말입니다."

   말씀을 그치신 목사님께서는 내 손을 꼭 잡으셨다. 나는 뭐라고 할 말이 선뜻 떠오르지도 않고 그렇다고 말없이 있을 수도 없었다.

   "우리는 무슨 사업 때문에 무슨 준비를 해야겠다거나 또는 무슨 자선사업을 하기 위해서 돈을 벌어야 되겠다는 어리석은 생각도 해서는 안 됩니다. 옛날 프란시스가 빈 지갑 속에서 돈을 꺼낸 이적을 나는 확신하고 있어요. 꼭 굶어 죽게 된 사람에게 정말 그 삶을 살리고 싶은 뜨겁고 참된 사랑으로 준다면 물 한잔이 밥 몇 그릇보다도 그 사람에게 더 큰 힘을 줄 것을 나는 확실히 믿어요. 꼭 주려고 하는 지극한 사랑으로 프란시스가 호주머니에 손을 넣었을 때 없던 돈을 주님이 있게 하셔서 프란시스의 손이 그 돈을 들고 나가 쓰게 된 것이에요."

   그는 자기 손을 지갑에 넣었다가 돈을 꺼내는 시늉을 하면서 말을 하였다. 이날 이 길을 걸었던 기억은 나의 일생에 크나 큰, 아니 가장 중대한 의의를 갖게 하는 일이었다. 이날의 일을 나는 열 번, 백 번의 부흥 설교를 들은 것보다도 더 귀하게 생각하며 지금도 눈앞에 보는 듯 생생하고 내 귀에 그 음성이 쟁쟁히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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