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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묵상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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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pocmc 작성일18-01-13 01:09 조회2,53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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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창근 씨로부터

   시무언 아우님 전

   전번 평양 오는 길에는 너무 바쁘기도 하고 만났대야 조용히 이야기하거나 함께 기도할 시간도 없겠기로 봉애와 영철이만 보고 왔소. 우리는 이곳까지 잘 왔소. 와서 여섯 식구가 한간 반 방을 얻어서 살아가는 중이외다. 집은 좀 좁은 감이 없지 않으나 이렇게 좁고 더러운 방에도 주님께서 함께 계신 줄 믿으니 마음이 기쁘고 즐겁기 한이 없습니다.

   부임하는 벽두에 3일을 계속하여 장례식을 치르고 그 외에는 교우의 집을 찾아보는 중입니다. 가는 데마다 거의 다 "아, 선생님이 이용도 목사님의 형님이시라지요" 하면서 나를 기쁘게 영접하는 것이, 곧 아우님이 남기신 신앙의 높고 아름다운 덕이외다. 아우님은 크외다. 나보다 훨씬 크외다. 까닭은 아우님의 마음속에 크신 이가 계시기 때문입니다.

   이곳 와서 기도하시는 형제자매들을 많이 만나보았소이다. 세상이 저들을 시비하고 누르고 메칠지라도 하나님의 사랑을 도맡아놓고 받는 저들임을 나는 분명히 믿습니다. 복이 이르시옵소서. '어리석다'하고, '약하다'하고, '무식하다'하는 저들에게 복이 오시옵소서. 아멘. 아멘.

   언제 한번 정 보고 싶으면 서울로 가겠나이다. 이 다음에 시간의 틈 있는 때를 알게 하여주소서.

   우리 있는 데 와서 몇 날 쉬어 가라고 하고 싶은데 이곳 형제와 자매들의 너무 기다리는 모양이, 오기만 하면 나는 아우님을 구경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 내가 한번 가서 전후사(前後事)를 의논하고 이후부터는 좀더 쓸데 있는 전도인이 되고 싶으외다​.


1932년 4월 15일

평양에서 만우(晩雨)

 

 

   기둥 같은 평양 산정현교회를 맡으며 앞날이 창창했던 송창근으로부터 온 편지는 당시 평양의 많은 진실을 이야기해준다. 부임 뒤 송창근은 교우들의 집을 심방하는데 "가는 데마다 거의 다" 이용도 목사와의 친분으로 인해 아직 평양이 낯설 그를 기쁘게 영접해주었다. 그는 이를, "아우님이 남기신 신앙의 높고 아름다운 덕"이라 칭송한다.

   그가 "많이 만나보았"다는 "기도하시는 형제자매들"은 '평양기도단'으로 불리는 이들이었다. 평양서 몇 개월 보내는 동안 송창근은 그들을 향한 손가락질이 있음을 보았다. 하지만 그는, "하나님의 사랑을 도맡아놓고 받는 저들"이라고 본다.

   편지 말미에 평양 형제자매들이 이용도를 어찌나 사모하는지 그가 오면 잠깐 만나기조차 어려울 듯하다면서, 자기가 서울로 가 "전후사를 의논하고 이후부터는 좀더 쓸데 있는 전도인이 되고 싶"다고 하는데, "전후사"는 의미심장하다.

   여기서 분명히 볼 수 있는 것은, 1932년 4월 15일 현재 평양 장로교회의 많은 교우들이 이용도를 몹시 존경, 열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도하시는 형제자매들"도 송창근이 볼 때는 어느 사람들의 말과는 달리 "하나님의 사랑을 도맡아놓고 받는 저들"이라는 것이다.

 

   4월 15일. 햇살이 화창함이 여름 부러울 것 없다. 공원에는 아이스크림을 얼굴에 묻히며 아장걸음하는 아이들과 분수대 주변을 빙빙 돌며 노는 어린이들이 있다. 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가 봄날의 향기를 타고 나풀나풀 날린다. 나무 그늘 아래 부모들은 부채를 저으며 아이들을 바라본다. 천국이 따로 없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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