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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묵상집

숟가락으로 보는 활동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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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pocmc 작성일18-01-22 00:00 조회2,55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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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순 씨에게

   마음에 생각하고 또 늘 뵈옵고 싶어 하면서도 말도 없고 글도 없으니 무심한 것 같습니다.

   언젠가 아침 밥상을 받아놓고 보니 보이지 않던 숟가락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거 웬 숟가락이 이렇게 좋은 게 있소. 우리 집에는 이렇게 좋은 것이 없었는데" 하고 봉애의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그거 태순 아주머니가 주고 가셨답니다. 나 본 듯이 늘 보고 쓰라고요" 하고 봉애는 멀리 있는 아주머니를 생각하는 빛이 얼굴에 나타납디다. 그리고는 애기를 받아서 입으로 탯줄을 끊으시며 기도를 올리시고 여러 가지로 정성을 드리던 그 장면을 생각하는 듯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슬픈 빛이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나도 작년 이맘때, 아니 이보다 더 일렀지요. 아주머니랑 유순 누이랑 피(皮道秀) 목사네 집으로 나를 찾아오시기 시작한 때부터 서울을 떠나가시기까지 모든 일, 그리고 그 어느 날 새벽인가, 사리원 서부예배당에서 기도하다가 만났던 광경, 그리고 평양으로부터 오는 길에 여러 모매님들이 정거장에서 기쁨에 넘치는 손으로 영접하려다가 떡까지 잔뜩 해놓으시고 불가불 나는 서울로 직행할 수밖에 없어서 그냥 섭섭히 돌아가시던 그 정지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얼른얼른 돌아가는 활동사진같이, 그 숟가락을 들고 밥을 먹는 중에 다 떠올라왔습니다.

   유순 누이가 얼마나 집에서 수고를 하는 줄을 알매 더욱더 주의 축복이 임하기를 바라는 마음 더욱더 합니다. 이제 그 가운데서 예전 유순이는 충분히 죽어 없어지고 예수와 같은 사람으로 새로 나야 할 것입니다.

   은혜를 받을 때인 줄 압니다. 이때에 더욱더 하나님께 기도하여 성신의 감동을 입어서 많은 괴로움을 참아 이기면서 그리스도의 향내를 원수에게라도 끼치도록 해야 될 것입니다.

   육신으로 외롭고 영으로 신앙이 외로웠으니 더욱더 주님을 의지하게만 되지 않습니까.


   큰 풍파 일어나는 것

   세상 줄 끊음일세

   이 풍파 인연하여서

   더 빨리 나갑시다


   예수님 발 앞에 엎드려 울던 막달라 마리아. 옆에서 다른 사람들이 수군수군하며 비방을 하는 것도 불구하고 예수님의 발에 입을 맞추며 눈물을 흘려 그 발을 적시며 또 그 머리털로 그 발을 씻던 마리아. 저는 주님의 크신 긍휼을 입지 않았습니까. 저는 과연 주님을 사랑하기에 큰 용기로 했습니다. 저는 과연 주님을 따르던 자 중에서 사랑의 용자라고 할 것입니다.

   아주머니, 주를 사랑함에 있어서는 그렇게 철저히 용감스럽게 사랑해야겠습니다. 남이야 욕을 하든지 흉을 보든지 주님만이 물리치지 않으신다면 옥합이라도 깨트리어 그 머리에 붓고 눈물로 그 발을 씻겨 드려야겠습니다.

   희서가 매우 곤란한 중에 있는 줄 아나 내가 편지도 못하는 것은 매우 민망한 일입니다. 그러나 마음에는 늘 기억합니다. 주의 긍휼로만 살아갈 자매였으니 서로 돕고 사랑하고 보호해주소서. 후일 상급이 있으리이다.

   더욱더 굳세게 나갑시다. 낙심 말고 기도합시다. 시험을 당할 때에 사람을 원망하거나 헐뜯는 죄를 범하지 말 것이올시다.

   고린도전서 13장 한 번 다시 읽어보십시다. 시편 2편, 3편​.

1932년 4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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