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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묵상집

예루살렘 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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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pocmc 작성일18-03-22 11:44 조회2,56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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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도의 1932년 6월 일기는 가슴 결림, 호흡곤란, 와병, 흉통, 외마디 기침, 빈혈증적 정신희미 등으로, 보고 있기가 민망하다. 그러면서도 새벽 2시까지 병자들을 위하여 기도, 3시 반에 기상하여 기도, 아침 4시 산상 기도, 새벽 2시 입당 기도, 등신 기도 등, 역시 보고 있기 민망하다.

   지난 4월 평양노회가 장로교인들로 구성된 '용도파' 기도하는 무리들을 해산시키며 활동을 막아서고 나서자, 평양기도단원들은 몹시 흥분하면서 "현 교회의 불신앙과" 거룩한 전투를 할 수 있는 최대로 벌이겠다고 결심했다.

   동지들은 이용도에게 "자꾸 평양으로 오라고" 재촉했다. 5월 말까지만해도 이용도는 ㅡ 자기가 평양에 감으로 기도단원들이 모이게 되면 평양노회의 4월 결의를 정면으로 깨뜨리는 것이 되니 ㅡ '전투' 보다는 주님과의 '친교'가 있어야 할 것이라 생각했다.

   6월에 이르러 약 2주간, 그간 쌓인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공격으로 인한 상처 등이 얽혀 극도의 고통을 느꼈다. 살든지 죽든지 주님만 원했던 그는 이때에도 결사적으로 기도하며 주께 부르짖었다.

   그러던 중 마음에 주님의 명령이 떨어진 걸까? 형제들의 요청에 응하기로 한다. 형제들이 정한 집회 장소는 명촌교회와 신암교회였다. 명촌교회는 작년 12월 큰 역사가 나타난 곳이고, 지난 4월 평양노회의 기도제한결의에 저항한 김선두 목사의 신암교회는 김영선을 전도인으로 강청하여 크게 부흥 되었던 곳으로, 이 두 교회는 이용도와 기도단을 참된 일꾼으로 여기며 환영했다. 이들은 교권적 질투나 시기심으로 인한 미움, 습관화된 배척, 숨 막히는 통제성, 바리새 피의 계승, 사랑과 교리의 분리 후 교리의 절대화, 교파주의적 횡포, 성령의 일하심에 대한 통제욕 등보다 성령의 약동하는 역사 가운데의 회개와 신생과 눈물의 결사적 신앙을 받아들였다.

   그럼 여기서 이용도가 서울에서 몸을 일으켜 평양으로 가게 되는 풍경을 지켜보자. 이도 보기 민망하노라.

 

   용도는 자기를 사모하는 눈들과 노려보는 눈들이 시골 밤의 별빛처럼 반짝이는 평양으로 발을 내린다. 산에서 기도하다 죽든지, 자기를 목빼어 기다리는 이들과 자기를 목 베려 기다리는 이들 앞에서 목을 찢어죽든지, 주를 위해 죽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몸은 마음 같지 않았다. 윗몸이 일으켜지지 않았다.

   '가야 한다. 가자. 가자.'

   수십 번 자기를 보채어 억지로 간신히 일어난다. 한 손에는 작은 성경이 다른 손에는 지팡이가 들려있다. 비틀거리며 겨우 정거장까지 와서 평양행 기차표를 산다.

   '이 몸으로 평양까지 갈 수 있을까. 기차에 오를 수나 있을까.'

   용도의 판단은 지나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자기의 몸이 도저히 버틸 수 없음을 감으로 알았다. 그는 정거장 한 모퉁이로 가서 기도하기를,

   '아버지, 이 몸으로, 이 기운으로, 이 길을 떠나가오리까. 가다가 죽어 남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겠습니까. 저는 용기도 자신도 없사오니 아버지 뜻대로만 하시옵소서.'

   자기 길만 찾아 가는 분주한 걸음 속에 남의 사정쯤은 들리지 않는 기차역. 오고 가는 인파 사이에 고요히 눈을 감고 기침을 쿨럭이며 기원을 올리던 그가 흘린 눈물을 아는 이는 주님뿐이었다.

   그때 역전의 군중은 듣지 못하는 하늘의 음성이 용도에게만 들려왔으니, "평양으로 가야 한다"는 말씀이었다. 주님께서 명령하셨다는 사실로 무한 감격에 겨운 용도는 비장하게 기차 위로 올랐다.

   기차에서도 피곤함은 여전하여 평양까지 가지 못하고 황해도 사리원에서 내려야 했다. 작년 여름 황해노회의 어쭙잖은 금족령으로 장로교회에는 갈 수 없었다. 용도는 지팡이에 기대어 감리교회당을 찾아갔다. 힘이 조금씩 솟는 것 같았다. '사리원기도단원들'과 만나서 예배를 드렸다.

 

   목마른 자들아 다 이리오라

   이곳에 좋은 샘 흐르도다

   힘쓰고 애씀이 없을지라도

   이 샘에 오면 다 마시겠네

 

   이 샘에 솟는 물 강같이 흘러

   온 천하 만국에 다 통하네

   빈부나 귀천이 분별이 없이

   다와서 쉬고 또 마시겠네

 

   생명수 샘물을 마신자마다

   목 다시 마르지 아니하고

   속에서 솟아나 생수가 되어

   영원히 솟아 늘 풍성하리

 

   이 샘의 이름은 생명의 샘물

   저 수정 빛같이 늘 맑도다

   어린양 보좌가 근원이 되어

   생명수 샘이 늘 그치잖네

 

   동지들과 함께 찬송을 부르자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힘이 생겼다. 점점 소리 내어 기도할 힘도 생기고 평양까지 갈 힘도 났다. 이번 집회에서 쏟아 넣을 만치의 힘이 주어진 것이다.

   이렇게 하여 평양에 들어선 용도는 작년 12월 대성황을 이루었던 명촌교회에서 먼저 집회한 뒤, 기도단원 김영선이 속한 김선두 목사의 신암교회에서 부흥회를 열게 된다.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불쾌해했던 자들처럼, 이용도가 평양에 온다는 것은 기도단원들을 해체시켰던 인사들에게는 경기(驚氣)가 나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용도는 예루살렘으로 갔다. 십자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교권자들이 음흉한 이빨을 벌린 곳으로 지팡이를 나귀 삼아 가장 연약한 육신으로 갔다. 기도단을 해체시켰던 평양노회가 이번 평양집회를 통해 더 큰 공격을 해올 것임을 몰랐겠는가? 집회에서 하나님의 역사가 나타날수록 노회는 울며 이빨을 갈 것을 몰랐겠는가? 용도도 모르지 않았으나 주님의 지시하심에 따라 움직인다는 원칙으로 기도 가운데 마음을 얻어 평양에 가기로 했던 것 같다. 그럼 명촌, 신암 집회는 어떠했을까?

   참석인의 수나 증언자들의 묘사를 놓고 볼 때 이용도의 최대 집회가 바로 이때가 아니었나 싶다. 그렇다면 어느 노회원들은 얼마나 홍조가 되어 분개했겠는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약 같은 갈등의 순간에 성령의 불이 가장 뜨겁게 타오르는 역사가 일어났으니 만세! 크게 만세! 성령강림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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