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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묵상집

안주에서 온 간곡한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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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pocmc 작성일18-04-16 12:14 조회2,56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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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선행(朱善行) 씨로부터

   은혜가 풍부하신 목사님,

   목사님, 주 은혜 가운데 언제나 편안하심을 앙축(仰祝)하나이다. 크신 은혜 가운데 댁내 안녕하심을 심히 듣고자 원하옵나이다. 그간 목사님께서 가신 곳마다 은혜가 풍부하게 내리시었을 것은 말할 것도 없는 일이겠지요. 이르시는 곳마다 진리의 소낙비가 내리었을 줄 믿습니다.

   오 목사님, 이곳 있는 뭇 영들은 다 죽어 송장 내가 나는데 어찌하여 돌아보지 않으시나이까? 이곳에 있는 뭇 영들은 목사님을 통하여 큰 은혜가 내린다는 말씀을 들은 그 시간부터 이 목사님 기다리기를 부모 잃은 아이가 부모를 찾아 애타는 것과도 같사옵고 목마른 사슴이 시냇물을 찾는 것과도 같아서 그 그리워하는 광경은 차마 보기가 끔찍합니다. 목사님의 말씀을 간접으로 듣고도 이와 같이 사모하는 것을 보니 이제 목사님을 직접 만나 교훈을 받게 된다면 그야말로 인간으로서 상상키 어려운 큰 기쁨이 가득 찰 줄 믿습니다.

   지나간 여름에 제가 목사님을 사모하던 중 평양 명촌교회와 신암교회에서 목사님을 통하여 큰 은혜를 받았사온바 받은 바 은혜를 감추지 못하고 자연히 위에 세운 성과 같이 드러나게 되오매 저의 집안과 이미 은혜를 갈망하던 남녀 신도들이 스스로 사모하며 목사님 오시기를 고대하게 되었나이다.

   그러다가 이곳 동서 두 교회에서 합의하여 또 제직회와 당회까지 열고 목사님을 한번 모셔다가 부흥회를 여는 것이 좋겠다고 작정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목사님 계신곳만 알면 이곳서 전임 사람이 가서라도 모시어 오자고 작정까지 하였으나 목사님 계신 곳을 분명히 몰라 이때껏 우리 안주교회와 교인들이 애가 타서 죽어가는 중이올시다. 기양교회에 계시다는 말씀을 듣고 그리로 제가 편지하려다가 그만 평양으로 오셨다고도 하고 대보산에 계시다고도 하기로 태평 교회로 편지를 하였더니 이틀 만에 돌아오고 말았어요. 그래서 그때 경성 댁으로 또 보내었습니다. 그 편지는 돌아오지는 않았어도 지금까지 종무소식(終無消息)이올시다. ​그때는 부흥회 할 작정이 완전히 되지는 않았으나 될줄 믿고 기다리던 중 이제는 원대로 결정이 되었나이다.

   그 후 이곳 동교회의 한 목사가 이 목사님께 편지를 두 번 보냈어도 답이 없고 감리사에게 목사님 보내주기를 간절히 원한다고 사정 편지를 보냈어도 소식이 없다고 이제는 또 편지할 용기가 없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다시 운동을 일으켜 본 교회 집사 김희학 씨와 최지화 목사와 동 · 서 양(兩) 교회가 협동하여 양 교회 도장까지 쳐서 편지하면 회답이 있을까 등 여러 가지로 밤이 깊도록 의론도 하고 기도도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오늘 아침에는 이미 은혜 받은 자와 은혜를 갈망하는 자들이 각각 개인으로 애원하기로 생각들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부족한 자식도 붓을 들었습니다.

   그때 목사님을 뵈었다가 떠난 후 육으로는 나뉘어있지마는 저의 영은 늘 목사님을 따르고 있나이다. 그리고 기회 있는 대로 집에서나 예배당에서나 혹은 산에 가서 밤을 새면서 기도하옵는 바​ 언제든지 하나님께 조르기를,


   오 주여, 당신의 종 이 목사를 안주교회로 보내시사 당신의 뭇 양들에게 당신의 은혜를 소개해주게 하옵소서. 오 주여, 가련하고 불쌍한 저희 영들은 주의 뒤를 따른다고 하여도 전부가 병들었사오며 당신을 끝까지 따라갈 기운이 없사오며 이 부족한 계집 종도 청산의 해골 모양이 되었나이다. 오 주여, 이 병신과 이 해골들의 신음 소리와 부르짖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사 들으시고 당신의 사자를 보내어 이것들에게 산 피와 생기를 넣어주시옵소서.

   그리고는 은혜의 길을 알지 못하여 방황하는 이 철없는 것들에게 밝은 길을 보여주고 그리로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이것들이 바른 길을 찾지 못하여 끝없는 벌판에서 한없이 헤매다가 죽고 말겠나이다. 오 주여, 당신의 종을 이곳에 보내주시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비옵나이다. 아멘.


   목사님 계신 곳 좀 알려주소서​.

1932년 9월 23일

주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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