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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묵상집

받은 은혜 극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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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pocmc 작성일18-07-20 17:51 조회2,45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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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 목사님을 알게 된지도 벌써 5년이 되었고 그가 세상을 떠난지도 3년이나 지나갔다. 지난 5년 동안의 꿈결 같은 일들을 마음속에 더듬으면 나는 분명히 무엇엔가 미쳤음을 느끼게 되었다. 목사님 생전에는 따라 다니느라고 안타까워하던 생각, 목사님이 가신 후 미친 듯이 그립던 일, 그리고 목사님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해보려고 애쓰던 일, 이 모든 사실은 분명히 미친 모습에 틀림이 없었다. 아무리 내가 안 미치려고 해도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 일은 분명히 '그 누구' 혹은 '그 무슨 사실'이 나로 하여금 이렇게 미치게 한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나는 한 번 더 생각해 보았다. '내가 어쩌다 그렇게도 미쳤나?' 나는 그렇게 된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내가 받은 은혜가 지중막대(至重莫大)하여 나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나의 모든 마음과 나의 영혼 전체가 그에게 푹 미치고만 것이다. 정말 나는 이미 죽어 흙과 먼지가 된지도 오래 되었을 몸이다. 일곱 살 때에 이미 죽을 고비를 넘기고, 열세 살 때에는 꼭 죽었을 것이고, 스무 살 때는 정말 죽고 없어졌을 몸이다. 그러나 주님은 이 몸을 살리셨다. 이는 분명히 나를 살려두어야 할 무슨 필요가 있기 때문에 모진 목숨을 거두지 않으시고 땅 위에 더 두신 것이리라.

   7년이란 세월을 병상에 누워 신음하다가 겨우 넓은 땅에 또 다시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다. 그러나 내 마음속에 하늘로 향하는 감사는 털끝만치도 찾아보기 힘들었고 주님을 생각하는 신앙은 조금도 없었을 뿐더러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겠다는 목표나 계획은 더욱 없었다. 그러니 병이 좀 나았다고 하더라도 말하자면 가느다란 바람결에도 쓰러져 죽을지도 모를 심령이고 육체였다.

   바로 이때 내 앞에 나타나신 이가 이용도 목사님이었던 것이다. 그는 나에게 하나님을 보여주었고 나에게 기도를 가르쳐주었다. 나에게 감사하는 법을 알려주고 이제부터 내가 걸어야 할 길과 목표를 보여주셨다. 그리하여 나의 마음은 든든한 지팡이를 쥔 것 같았고 내 몸은 땅 위에 굳건히 서게 된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꽁꽁 얼고 말라붙은 나의 혈관에 자기의 뜨거운 사랑의 피를 부어 넣어주셨다. 거의 다 어두워진 나의 두 눈을 활짝 열어주신 것이었다. 그렇게 함으로 해서 비틀거리면서나마 내 몸이 이렇게 넓은 땅을 걷게 되었고 놓칠 듯 하면서도 이만치 주님의 옷자락에 매달려 살게 되었다.

   이용도 목사님을 알게 된 후에도 나는 여전히 험난하고 위태한 난관들을 넘고 건너야 했다. 사람과의 교제에서 그랬고 특히 산앙생활에 있어서는 더욱 그랬다. 그러나 나는 곧 쓰러질 듯 하면서도 그 험난한 역경에 한 번도 굴복당하지 않고 무사히 이겨왔다. 나에게 닥쳐오는 모든 일들을 앞에 놓고 나는 목사님의 전술(戰術)을 체득하기에 힘썼고 더구나 기막힌 일을 당할 때는 정말 목사님의 그 애씀, 그 생활을 생각하며 항상 물리쳐 이겼다. 이러는 동안에 나는 이용도 목사님에게 푹 젖어 들어 미치게 되었다. 따라서 목사님은 '나의 영원한 선생님'으로 나의 심령 위에 좌정하시게 된 것이었다.

   내가 이렇게 미쳐가는 한편 세상은 그를 욕하기 시작하였다. 나는 도대체 왜들 그렇게 야단인지 자세히 알고자 노력했다.

   그런데 바로 이때에 목사님은 나의 고조된 열정도 아랑곳 없다는 듯이 홀연히 이 땅을 떠나 영원한 나라로 가시고만 것이었다. 세상은 그의 시체까지도 매질했다. 나는 정말 그 이유를 알아내고야 말겠다고 결심했다. 그들의 독살스런 매질이 목사님의 시신에 가해질수록 나는 그들과 정면으로 맞서서 뛰어들 영정에 불타고 있었다. 여기에서 출발하여 나는 그 사람들의 심중과 입장을 연구하는 한편 고인이 되신 목사님의 생애를 좀더 철저히 연구하고 싶어졌다. 물론 그 연구의 결과를 발표하고 싶은 것은 물론이었다. 이러한 필요에 의해서 생긴 것이 바로 심우원(心友園)이고 그 일의 첫 열매로 [이용도목사서간집 제1권]이 나오게 된 것이다.

   이러한 사정의 배경과 역사적 발전이 있었으므로 내 연구와 탐색 중에서 목사님의 잘못이 발견되지 않는 한 그를 향한 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없었다. 외부의 떠드는 소리나 '미친 자식'이라는 욕쯤으로는 내 마음속 깊이 앉아 계신 목사님을 내몰지 못할 것이요, 내 혈관을 흐르는 뜨거운 그 사랑의 피를 결코 쏟아버리게 하지 못할 것을 나는 확신한다.

   설령 내 눈에 그의 잘못이 뜨인다 하더라도 결코 내 힘으로는 내 심장의 일부분을 지배하고 있는 그의 형상을 찍어 버리지 못할 것이다. 찍어 버리면 바로 내 심장이 병신이 되고 죽게 될 테니까 말이다. 떡 한 개를 더 주지 않는다고 해서 이미 받은 100개조차도 받지 않았다고 할 수 없는 일이요, 또 이미 받아먹은 떡이 더럽고 치사한 것임이 발견되었다고 해서 이미 그 떡으로 된 내 피와 살을 떼어 버릴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물론 떼어 버리고도 살 수 있을 만큼 피와 살점이 넉넉한 사람은 뗄 것이다.

   그러나 만일 그것을 떼어낸다면 생명을 지탱할 수 없는 약자라면 결코 떼지 않을 것이다. 비록 그 떡이 맛없고 소화도 잘되지 않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런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그 떡으로 된 나의 피와 살을 지켜갈 것이다. 아니 한걸음 더 나아가 그 떡에 감사하며 그 떡을 준 고마운 사람에게 쉬지 않고 절을 하는 것이 마땅하리라 생각한다.

   "나는 누구나 다 예수를 믿으라고 억지로 강권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예수를 믿어야 할 필요를 느낀 자와 예수 없이는 순간도 살 수 없음을 깨닫는 자는 곧 주께로 나오시오" 하시던 이용도 목사님의 설교의 한 구절을 빌어 목사님을 향한 나의 소회(所懷)의 일단을 피력하여 두려고 한다. 그렇다. 이용도를 욕할 자는 마음대로 욕하라. 그러나 그가 선생으로 보이고 은인과 성자로 보이는 자는 그 앞에 정성껏 절할 것이다. 그가 미운 자는 한 번 더 소리를 높여 소리 질러라. "그 놈, 죽일 놈"이라고. 그러나 그에게서 받은 은혜를 감사하는 자는 그 소리를 들으면서도, "오, 선생님" 하며 그를 얼싸안을 것이다.

   나는 이제까지 "목사님이 이렇다 저렇다" 하고 큰소리로 말 한마디 한 적도 없다. 그러나 어느 누구는 나를 향해, "그 사람은 예수는 안 믿고 이용도만 믿는다"고 말하며 다닌다는 말도 들었다. 그래도 좋다. 예수는 못 믿더라도 이용도나마 믿는 것은 예수도 못 믿고 이용도도 못 믿는 것보다는 훨씬 낫기 때문이다.

   나는 여기에 이르러 분명한 나의 명언 한마디를 남겨 두고 싶다.

   "이용도를 끝까지 붙들고 있을 수 있는 자라면 반드시 예수를 못 놓고 죽으리라!"

   가슴 속에 끓어오르는 나의 열정은 지금 목이 찢어지도록 큰 소리로 부를 이름을 찾는다.

 

목사님! 목사님!! 용도 목사님?

 

그렇게 말 잘하는 사람

그렇게 기도 많이 한 사람

그렇게 사랑 많은 사람

그렇게 겸비한 사함

주를 위해 그렇게 땀 흘린 사람

그렇게 주 위해 잠 못 잔 사람

그렇게 굳센 사람

그렇게 부드러운 사람


그렇게 또 그렇게

오직 주만 위해 산 사람 그렇게

오직 주의 뜻대로만 살기를 힘쓴 사람이

이 강산에 또 있느냐?

이 무리 중에 또 있더냐?


그리고서 또

그렇게 욕먹은 사람​

그렇게 구박받은 사람

그렇게 죽은 사람이

있느냐 있었느냐?!


없다 없다

나의 눈은 아직 보지 못하였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서 나 한 개인의 독단적 판단을 고집하지는 않겠다. 여러분 모두가 각각 스스로 자기를 향하여 대답을 구해보기를 바라는 바이다. 이 땅 위에서 목사님을 선생님으로 알고 은인으로 섬겨야 할 사람이 '아홉 사람'은 넘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어디론지 다 가버리고 "다른 아홉 사람은 어디 갔느냐?" 하는 그의 음성만이 이 땅을 향해 들려오고 있다. 시치미를 떼고 달아나는 자들이여, 어서 그의 앞에 와서 절할지어다. 이 일로 너는 살 것이요, 이 일이 없어 네 생명은 위태할 것을 알아라.

   만상이 다 잠든 1936년 10월 25일 새벽 2시 나뭇잎을 흔드는 가을바람 소리만이 거칠게 들리는데 어디서 은은한 거문고 소리와 함께 어린 소년의 노랫소리가 내 귀를 울려 온다.

 

오! 내 사랑 그리운 벗이여 벗이여

가을이 벌써 가고 겨울이 와

붉었던 단풍잎 헛되이 지나니

오ㅡ 이 세상 이같이 거칠었다

 

오ㅡ 내 사랑 그리운 벗이여 벗이여

너ㅡ를 찾는 이 내 맘 방황한다

그리워 나의 맘 덧없이 우노니

나ㅡ는 간다 그리운 너를 찾아

 

   노래 소리가 그친다. 나는 더욱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거문고 소리만이 열을 더하여 그 곡조를 다시 한 번 더 울린다. 그러더니 그 거문고는 곡조가 변한다. 나는 새로 울리는 곡조에 맞추어 노래를 부른다.

 

내 주를 가까이 하려 함은

십자가 짐 같은 고생이나

내 일생 소원은 늘 찬송하면서

주께 더 나가기 원합니다

 

내 고생하는 것 옛 야곱이

돌베개 베고 잠 같습니다

꿈에도 소원이 늘 찬송하면서

주께 더 나가기 원합니다

 

천당에 가는 길 험하여도

생명길 되나니 은혜로다

천사 날 부르니 늘 찬송하면서

주께 더 나가기 원합니다

 

야곱이 잠 깨어 일어난 후

돌단을 쌓은 것 본받아서

숨질 때 되도록 늘 찬송하면서

주께 더 나가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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