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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묵상집

단 3시간 동안에 받은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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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pocmc 작성일18-07-27 13:02 조회2,43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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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언자_ 김용동(金容銅)

   위대한 인물이 걷는 길은 평탄한 대로가 아니며 즐거운 꽃밭이 아니다. 주님이 가신 길은 거친 험로요, 피 젖은 가시길이었다. 20세기의 이 강산이 낳은 종교가 중에서 주님의 피 젖은 길을 걸으려고 무한한 노력을 하였고 또 힘있게 걸은 뒤어난 종교가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저 고(故) 이용도 목사님이라고 대답하고 싶은 충동을 금치 못한다.

 

   내가 목사님을 처음 만나 뵌 것은 1933년 여름 평양 덕혜벙원 뒷집에서이었다. 목사님이 오셨다는 소식을 듣고서 현대의 기독교를 비웃으며(기독교를 비웃은 것이 아니라 기독교의 지도자라는 무리들을 조소했다 함이 정당할 것이다) 목사님을 한번 시험하고 골려주려는 생각을 가지고 동무 N군과 함께 방문한 것이었다.

   작은 아랫방에 중병으로 힘없이 누워계시던 목사님이 우리의 내방을 대단히 기뻐하시는 태도로 겨우 일어나 앉으시더니 고요한 묵도를 올리신다. 나는 묵묵히 목사님의 동정을 살피고 있었다. 가의 얼굴, 그의 묵도하는 모습, 그 어느 곳엔가 신비스러운 무엇이 흐르는 듯하였고 그에게서 나오는 그 무슨 힘이 고이고이 내 심장 속으로 숨어드는 듯하였다. 나느 어느덧 목사님을 비웃는 태도에서 존경하는 태도로 기울어지는 것을 느꼈다.

   목사님은 기도를 마치시고 우리를 다정히 바라보신다. 그때에 이상한 그 무엇이 내 전신에 와서 부딪침을 느꼈다. 그의 인자한 얼굴 그리고 광채 있는 눈동자, 극히 쇠약한 듯하나 어딘지 심히 강한 듯한 그 모습. 나는 놀랐다. 여태껏 내가 보고 경험하여온 인간과는 아주 딴 종류의 사람이 내 앞에서 나를 보는 듯하였고 하늘의 천사가 땅 위에 내려와 앉은 듯하였다. 목사님을 골려보려던 나의 마음은 봄날에 눈이 녹아 증발해버리듯 자취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오직 경애(敬愛)의 불이 내 가슴속에 불타오름을 느끼었다. 나는 완전히 정복을 당하고 말았다. 내가 준비했던 대포(大砲)는 깨어지고 나의 작전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목사님의 힘있는 눈, 사랑에 불타는 눈동자가 나의 눈에 부딪칠 때 나는 필경 정복되는 것이었다.

   "형님들이 이처럼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장래가 유망한 피 끓는 젊은이와 이야기하기를 나는 즐겨합니다. 하나님께서 형님들을 보내셨다고 생각합니다. 형님들을 대하니 나에게는 없던 힘이 생깁니다."

   목사님의 음성은 퍽 명랑하고 보드라웠고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듯하였다. 이때에 나는 있는 용기를 다 내어 첫 질문을 하였다.

   "목사님, 우리는 여태껏 하나님을 찾았으나 하나님을 만날 수 없었고 또 하나님을 알 수도 없었습니다. 하나님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좀 설명해주시겠습니까?"

   목사님은 인자한 눈으로 우리를 묵묵히 바라보다가 고요히 입을 열었다.

   "하나님을 만나지 못하고 알지도 못하겠다는 이가 형님들뿐만이 아니요,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형님들이 실망하지 않고 끝까지 하나님을 찾으려고 노력하면 기어코 하나님을 만나게 될 것을 나는 확신합니다. 나는 이 자리에서 형님들이 요구하는 하나님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서해에 사라지는 태양의 아름다움을 형님들은 나에게 설명할 수 있습니까? 도저히 못할 것입니다. 아무리 천재적인 화가라도 그 아름다움을 그대로 잂을 수 없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내가 아무리 하나님을 만나보았다고 할지라도 형님들에게 내가 본 하나님을 보여드릴 수는 없습니다. 또 좋은 음식을 맛보고서 그 맛이 어떻다고 눈으로 말할 수 있습니까? 불가능합니다. 귀로도, 코로도,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곳에 어여쁜 꽃이 있다면 눈으로 본 그 꽃을 귀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것도 불가능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눈으로 보아야 알 수 있는 것을 귀로써 알 수 없으며 입으로 맛보아야 할 것을 눈으로 쳐다보아 알 수 없는 것입니다. 즉 눈의 세계를 코의 세계로 알 수 없고 발표할 수 없으며 코의 세계를 눈의 세계로 알 수도 없고 증명도 못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심령(心靈)의 세계를 육(肉)의 세계로 설명할 수 없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설명하라는 말 자체가 벌써 잘못된 것입니다.

   내가 이 자리에서 형님들에게 하나님을 보여드릴 수도 없고 설명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하나님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요. 설명할 수 없다고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은 되지 않는 말이지요. 내가 하나님을 설명하지는 못할지라도 하나님을 찾는 방법을 가르칠 수는 있습니다. 내가 신학교에 다닐 때에 형님들과 같이 하나님을 찾을 수 없어 애쓴 때가 있었습니다. 예배당에 가면 목사님의 설교 비평이나 하고 학교에 나가면 의심 속에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나 기다렸습니다. 그러다가 나는 어떤 날 하나님을 만나보기로 결심하였습니다. '하나님을 만나든지 그렇지 않으면 내가 죽어 버리리라. 하나님이 만일 계시다면 내가 죽도록 찾는데야 나타나 보이시지 않을까' 생각하고 그때부터는 매일 밤낮 하나님을 찾았습니다. 산으로 들로 기도할 곳을 찾아서 헤매며 기도하였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볼 수 없고 나의 마음은 더욱더 답답하여지고 괴로워졌습니다. 나는 죽고 싶었습니다. 나는 하나님을 끝까지 찾다가 죽고 말리라는 결심을 하고 그냥 기도를 계속하였습니다.

   어떤 밤중에 내가 심히 답답한 중에 하나님을 찾으려고 '하나님이여, 하나님이여' 하며 기도하던 중에 갑자기 나는 이상한 광명을 영안(靈眼)으로 보았습니다. 그 광명은 생명과 소망과 기쁨과 힘의 빛이었습니다. 나의 그때까지 답답하고 괴롭던 것은 구름이 바람에 날려가듯 사라져버리고 나의 가슴에는 생명과 소망과 기쁨과 힘의 피고 뛰놀게되었습니다. 나는 이것 즉, 이 이상한 광명이 하나님이 보내신 빛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있게 된 것도 하나님의 힘으로 된 것이요, 내 힘으로 된 것이 아닙니다.

   형님들이 만일 하나님을 찾으려면 죽기를 결심하고 기도하십시오. 그리하면 하나님은 그대들을 부르실 것입니다. 서산에 사라지는 태양의 미(美)를 알려면 저녁 서산에 가보아야 알 것이고 음식의 맛을 알려면 친히 그것을 먹어보아야 할 것이며 하나님을 알려면 친히 하나님 앞에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은 공간과 시간을 초월하신 실재(實在)이기 때문에 공간과 시간의 세계에 속한 우리의 피부로나 육으로는 찾을 수 없으므로 기도하는 가운데 우리의 심령을 통해서야 하나님을 찾게 되는 것입니다.

   형님들, 앞날이 많은 형님들, 하나님을 찾고 싶습니까? 간절한 마음으로 외치십시오. 기도하십시오. 하나님을 깨닫지 못했거든 있다고 가정하고라도 기도하시오. 그러면 무한한 자비와 사랑의 소유자이신 하나님은 형님들을 부르실 것입니다. 이때에 형님들은 체험으로써 하나님을 알게 될 것이빈다. 하나님을 찾지 못한 사람은 불행한 자 중에서도 가장 불행한 자요, 하나님을 찾은 자는 가장 복스러운 자입니다."

   목사님의 열정과 사랑에 잠겨서 흐르는 음성은 청산유수와 같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시간관계상 또는 기억의 형편에 의해서 자시히 기룩할 수 없음을 유감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목사님이 나에게 들려준 말씀 한마디가 더 생각하는 것이 있다.

 

   "우리가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며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위대한 능력을 받으면 하나님의 뜻 안에서 무엇이든지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이 망하여 가는 시대, 더러워진 시대에 있어서 진정한 하나님의 사도가 많이 나타나서 각 방면으로 활동하여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의 명령을 받고 그 힘을 받았다면 경제계, 정치계, 교육계, 종교계 등 그 어느 곳에서나 활동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날 이 땅에는 하나님을 이론으로만 알지 말고 체험으로 찾은 사람이 많이 나와야 하겠습니다. 하나님을 이론적으로 증명하노라고 많은 사람들이 애를 쓰고 있습니다. 나도 이것은 할 수 있습니다. 또 이것도 필요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아무 힘도 되지 못합니다. 이것이 인간이 요구하는 바를 채워주지 못합니다. 이것은 무력합니다. 하나님을 체험한 곳에야 참 광명이 있고 생명이 있으며 희망과 사랑의 빛이 있는 것입니다.

   형님들, 앞으로 하나님을 체험으로 찾는 자리에까지 들어가서 큰 힘을 얻어가지고 이 땅이 요구하는 씩씩한 투사가 되고 인간다운 참 인간으로 값있게 살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목사님의 그 생명 있고 열 있고 부드럽고 명랑한 음성은 고요히 내 마음속으로 흘러들었으며 그의 웅변은 우리로 머리를 숙이게 하고야 말았다. 그는 약한 몸, 쓰러질 듯한 그히 병약한 몸이었지만 그렇게 힘있고 생명 있는 열변을 토한 것이었다. 이것은 하나님의 위대하신 힘이 그를 통해서 역사하며 그는 위대한 신비력을 가지고 있음을 웅변으로 말하는 듯하였다. 그 말의 마디마디에 감화력이 잠겨있고 그 말귀말귀마다 정열에 끓었으며 그 말의 내용 전부가 진리이었다. 우리들은 정신 잃은 사람 모양으로 그 말에 취하여 내 자신이 어디 있는 것인지도 잊었다가 그 말씀이 끝난 다음에야 그의 말이 3시간 동안 계속된 열변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N군과 나는 이상한 이 사람으로부터 흘러오는 신비한 힘을 가슴에 가득 받아가지고서 다시 자리에 누우시는 목사님의 모습을 뒤로 두고 그 집을 나서게 되었다.

 

   후에 들으니 목사님의 평양 방문이 이때가 마지막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다시 목사님을 만날 기회를 얻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 3시간에 나에게 남겨주신 그 인상은 깊이깊이 내 마음속에 뿌리 박혔고 그때의 그 얼굴은 나의 눈 속 세계에 때때로 나타나 나에게 격려와 원기를 보내준다.

   오늘날까지 나는 많은 지도자를 대해보았으나 그의 3시간의 인상처럼 힘있는 인상을 남겨준 지도자가 없고 또 그의 3시간의 설교처럼 나에게 힘을 주는 설교는 없다. 그는 언제나 먼저 하나님 앞에 엎드리어 하나님의 능력이 임하시기를 기다렸다. 하나님의 힘, 성신의 능력이 그에게 임하고 주의 사랑이 그의 심장에 불붙을 때 그는 외치지 않고는 못 견디었고 복음을 전하지 않고는 못 참았다. 주님의 사랑이 그의 심장을 태울 때 그의 몸 전체는 사랑의 불덩어리가 되었고 사람을 사랑치 않고는 못 견디었다. 그래서 그는 살아도 주를 위하여 살고 죽어도 주를 위하여 죽는 겂있는 생활을 하였다. 하나님의 힘, 성신의 능력이 그와 함께 하였으매 그는 무언 중에도 그의 눈 그의 얼굴 그리고 그 몸 전체가 위대한 감화력(感化力)을 가진 웅변을 소리 없이 토하는 것이었다.

   그 위대한 감화력에 포로가 된 자는 나뿐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의 마음속에 그 위대한 감화력은 길이 역사하실 것이다. 주께서 걸어가신 피 젖은 길을 굳세게 걸어가신 그의 인생과 3시간 동안의 그의 열정적인 감격스러운 인상, 그것은 나의 생명의 마지막 순간까지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그의 쨍쨍한 인상과 고막을 뚫을 듯이 들려오는 설교는 항상 나에게 새 힘을 부어주며 커다란 무언의 웅변으로 항상 나를 채찍질한다.

 

1936년 4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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